“결혼이민자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어요.”

 

  지난 1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한국사람에게는 전혀 낯선 내용의 청원이지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가족상봉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한 결혼이주자의 현실을 반영한 청원이다.

 

  몇 년 전 베트남계 이주민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이주여성 A씨가 한국인 남성 B씨와 혼인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복수국적이 허용되지 않아 베트남 국적을 상실하고 오직 한국국적만을 가진 어엿한 한국사람이었던 A씨는 형제자매 중 언니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청하기로 하였다.

  A씨는 언니에게 한국을 자랑하고 싶었고, 결혼식과 함께 한국의 마음에 담아둔 몇몇 곳을 여행하고자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언니와의 상봉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에서는 언니의 한국여행을 불허하였다.

  불허의 사유는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고 생각하였던 A씨는 대한민국정부가 외국계 국민과 그의 가족에 대하는 현실에 대해 심한 자괴감과 상실감을 맞보게 되었다. 외국계 국민의 형제자매는 한국정부의 잣대에 의하면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의 우려가 있는 예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남편인 B씨는 법무부에 외국계 국민(결혼이민자)의 형제자매가 상봉할 수 있는 가족상봉비자를 신설하여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법무부에서는 결혼이민자 등의 형제자매의 가족상봉 비자가 이미 있다고 거절하였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 비자(C-3)의 내용에는 결혼이민자가 출산 및 양육의 경우에 한해 결혼이민자의 부모가 방문 동거할 수 있으며, 부모가 사망하였거나 부득이하게 입국하지 못할 경우에 한해 형제자매 중 일인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조건부 조항으로 사실상의 자유로운 가족상봉과는 거리가 먼 조항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 또한 자녀가 6세 이하의 경우에만 방문동거를 허용하고 있어 자녀가 없는 이주자나 자녀가 성장한 이후에는 이마저도 불허하고 있다. 즉 결혼이주자가 한국에서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10년을 살든 20년을 살든, 아니 100년을 살아도 그의 친정가족인 부모와 형제자매를 만나려거든 자신의 출신국으로 가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자국의 영토 내에서 부모와 형제자매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인간의 기본적인 가족결합의 욕구마저도 제한하고 있는 비인간적인 규제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여러 민간단체와 전국의 지자체에서 결혼이주자의 친정방문을 위한 사업을 앞 다투어 선심성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나지 못하니까 너네 나라에 가서 만나라는 식이다.

 

  “왜 대한민국 국민이 자국의 영토 내에서 가족상봉을 못하는가?”

  한국내에서의 가족상봉은 외국계 국민에게는 당연히 주장해야 하는 권리이지만 대한민국의 정부에서는 외국계 국민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외국인의 출입국 문제로만 보고 관리하고 있다.

  즉 국민의 부모, 형제자매가 아니라 베트남사람, 중국사람, 필리핀사람, 미국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출신국가마다 다른 출입국 심사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다보니 잘사는 나라 출신의 국민은 별반 어려움이 없이 가족을 상봉하지만 가난한 나라 출신의 국민은 가족상봉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이는 출신국가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로 보는 정부와 국민의 가족상봉의 권리를 주장하는 외국계 국민의 시각차이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후 “결혼이민자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어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게 된 배경에는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제는 바꾸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 먼저이고 정부가 이를 지지하는 그런 사회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의 이주자에 대한 정책과 철학은 전 정권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 이 청원도 결혼이주자의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것이 명확해 보이기에 안타까움으로 응원할 뿐이다.

 

글 | 류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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