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장 출마합니다②

 

세입자 문제, 미래도시 문제
 
부천시장 출마합니다②
 
 
  며칠 있으면 설날이네요. 많은 분들이 설 쇠러 고향 갈 생각에 분주하시겠습니다. 여러분의 고향은 어디신가요? 상투적이지만 저는 부천이 제2의 고향이 된지 오래입니다. 부천에 산 지 어언 30년이고, 부모님 돌아가시니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장도 다시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선친은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입하나 줄이자고 어릴 때 양자로 보내졌는데, 결혼하고 5남매 다 낳을 때까지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저의 어린 시절 이름이 오세헌이었습니다. 뒤늦게 형제들을 수소문하여 원래의 성을 찾았지만 농사가 적어 고향에 살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상남도 삼천포였습니다. 제가 6살 때 일입니다.
 
  그렇게 삼천포에서 45년을 사셨고 저도 거기를 고향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자녀들을 모두 객지로 떠나보내고 두 분마저 연로하여 돌아가시니 거기는 아무 연고가 없는 곳이 되고 만 것입니다. 지금 두 분은 집안이 대대로 살아오던 합천군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두 분은 생전에 그곳에서 겨우 2년 정도 살았으니 돌아가신 후 그곳에 더 오래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매우 난감합니다. 태어난 곳으로 기재돼 있는 창원군이 고향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어릴 적 기억이 남아있는 삼천포가 고향인지, 부모님 산소가 있는 합천이 고향인지, 아니면 제가 살아 온 세월의 절반 이상을 살고 있는 부천을 고향이라고 해도 되는지 헷갈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명절을 부천에서 보내니 이제 제 고향은 부천이라고 우겨 봅니다.
 
  그런데 요즘 부천이 진짜 고향인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40대 이상의 어른들은 타지에서 이주해 온 사람이 많겠지만 30대 이하의 청년, 청소년들은 부천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닌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분명히 부천이 진짜 고향입니다.
 
  부천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이 도시에 애착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도시에 생명력이 생길 것입니다. 부천이 고향인 청년들이 부천에서 집을 마련하여 살게 되면 대를 이어 부천에 사는 셈입니다. 새로운 토박이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불가피하게 고향을 떠난다면 그들의 부모라도 남아있어야 고향이 됩니다. 저처럼 부모님마저 떠나고 나면 더 이상 부천을 고향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부천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부천YMCA가 발표한 2017 도시지표에 따르면 ‘10년 후에도 부천에 거주하고 싶다’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이 23%에 달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45%로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타지로 이사를 원하는 사람이 23%나 된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천에 대한 애향심> 부천YMCA 2017 도시지표 조사결과
 
▲ <부천에 대한 애향심> 부천YMCA 2017 도시지표 조사결과
 
  무엇으로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그들은 왜 떠나고 싶어할까요? 자녀교육, 직장( 통근), 주거, 생활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복합적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이 도시에 그들의 집이 없는 것에 우선 주목합니다. 부천시 34만 가구 중 세입자가 무려 47%에 달합니다. 떠나고 싶지 않지만 집세가 올라가면 할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걸핏하면 ‘집값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집값이 올라가면 집세도 덩달아 올라갑니다. 세입자들은 점점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도시에 애착을 가져달라고 말하기 민망합니다.
 
  송내역 앞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원래 호텔부지였는데 부천시가 60억 기부를 받고 용도를 바꿔 준 것입니다. 이 문제에 항의하려고 인근 아파트에서 주민들 의견을 모으려고 했는데 절반 이상이 세입자라 관심이 없더랍니다. 상동 길병원 부지에도 이런 식으로 고층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지주와 인근 상가 소유자들만 찬성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절반의 시민이 무관심하고 발언권이 없는 도시, 그래서 행정가와 정치인의 꿍꿍이에 맡겨져 있는 도시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지난 해 부천시는 소사본동 사무소가 주차장을 확대하겠다며 인근 연립 3채를 강제수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져왔습니다. 집주인은 겨우 3명이지만 세입자는 15세대나 됐습니다. 이 집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집주인 3명뿐입니다. 세입자 15세대, 적어도 30명 이상은 집주인의 선택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겨우 12면의 주차장을 위해 이사를 해야 하는 30명의 사람들은 한마디 발언권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다른 집을 못 구하면 전학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도시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져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시민의 47%에 해당하는 세입자들마저 애향심을 가질 수 있는 도시가 고향 같은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입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정책, 청년들의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 필요합니다.
 
  물론 달랑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게는 집값 오르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도 않습니다. 그러나 집값이 오른다는 말은 생활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평가라고 생각하면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만도 힘듭니다. 그러면 어떤 도시가 생활여건이 좋은 도시일까요? 저는 아래 표에 주목합니다. 역시 부천YMCA가 발표한 2017 도시지표 자료이며 시민들이 꼽은 ‘미래도시전략’ 우선순위입니다.
 
 
 
  문화예술도시, 친환경도시, 복지도시 순입니다. 2년 전과 다르지도 않습니다. 문화예술도시와 관련한 정책은 잘 추진하고 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친환경도시, 복지도시는 현재의 정책방향과는 사뭇 다른 답변입니다. 지금의 부천시는 오히려 산업경제도시로 부흥해보자는 정책을 쓰는 것 같으니까요. 사실 친환경도시에 대한 요구는 어떤 설문조사를 해도 앞 순위에 등장합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지표는 인구밀도 전국 2위, 불투수율 1위, 미세먼지오염도 9위 등 형편이 없습니다.
 
  산에다 인공적으로 공원을 조성하여 공원면적이 지표상으로 조금 늘어났다고 친환경도시가 되지는 않습니다. 도당산을 중턱까지 개발부지로 포함하는 도시, 자연공원이나 마찬가지인 대장들녘에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도시는 친환경도시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입니다. 대장동 개발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설날 이야기를 하면서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만 부천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귀성길, 귀경길 즐겁게 다녀오시고, 저처럼(^^) 부천이 고향이신 분들은 외국인 이웃이나 소외된 이웃을 찾는 넉넉함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