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들녁 생물다양성 및 환경생태적 가치

자연은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본’이다

 

대장들녁 생물다양성 및 환경생태적 가치

 

 
 

 

  대장동 70만평 산업단지 개발을 저지하고 120만평 대장들녁 미래를 위해 20여개 부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대장들녁 지키기’ 시민운동 조직을 결성하였다. 이에 산업단지 개발사업 타당성검토에 대응하는 보전 타당성을 평가하고 대장들녁의 미래 비전 및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대장들녁 생명포럼’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대장들녁이 품은 생명과 우리 미래’라는 주제로 제1차 포럼이 부천시민학습원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대장들녁이 보전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대장들녁은 한강과 연결된 논습지로서 식량생산 뿐만 아니라 많은 야생생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생명의 땅이다. 이 곳은 한강과 연결된 동부간선수로에서 4월 중순부터 물을 끌어들여 모내기를 하고 10월 중순에 물을 빼어 추수하는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벼농사를 위해 오랫동안 계절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적정한 수위와 수량을 관리하고 비옥한 토양 및 양호한 환경을 제공하여 많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기능을 해오고 있다. 김포공항습 시민조사단의 생태계 조사 및 평가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대장들녁에 총 32종(야생조류 27종, 양서・파충류 4종, 포유류 1종)의 법정보호종이 출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둘째, 대장들녁은 민족의 영물인 재두루미가 해마다 겨울에 도심 가까이 찾아오는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곳이다.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멸종위기동물 Ⅱ급)는 전 세계에 7,000마리 정도 남았으며 러시아의 아무르지역, 중국북동부, 몽골 지역에서 번식하고 한국, 일본, 중국 남동부에서 겨울을 지내게 된다. 2012년 겨울 재두루미 63마리가 대장들녁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14년 겨울까지 매년 약 30마리가 우리 곁에 찾아왔다. 한강하구 김포 홍도평야의 개발로 농경지가 감소하고 먹이활동이 어려워 부천까지 찾아온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평화로웠던 축복의 시간도 잠시, 겨울철 대규모의 논성토 작업으로 2015년에 재두루미의 숫자가 4마리까지 줄어들었고, 2016년에는 2마리만 잠시 목격될 뿐이었다. 2017년에는 11월 25일 대장들녁 생물다양성대탐사 행사에서 재두루미 2마리가 다시 발견되었다. 이번 겨울에 논성토 작업이 줄어들자 12월에 5마리, 7마리, 14마리까지 증가한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셋째, 대장들녁은 멸종위기에 처한 금개구리가 넓게 분포하고, 장마철 맹꽁이 울음소리가 가득한 도시에서 희귀한 생명의 논습지이다. 5년 전부터 김포공항습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발견되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대장동 주민에 의하면 옛날부터 논에 참개구리보다 등에 2개의 금줄이 선명한 금개구리가 많았으며, 여름철 마을에 맹꽁이 울음소리가 너무 소란스러워 맹꽁이 마을로 불리었다고 한다. 최근에도 휴먼시아 3단지 앞 논에서 금개구리와 맹꽁이의 서식이 확인되었고, 작년에는 친환경농법 뿐만 아니라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곳에서도 목격되었다. 대장들녁 전체가 금개구리,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잠재적인 가치를 지닌 곳으로 볼 수 있다.

  넷째, 대장동은 우리 아이들이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를 볼 수 있는 부천의 마지막 남은 곳이며, 수도권에서 생태문화적으로 중요한 제비마을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개구리는 ‘혐오동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제비는 직접 보지 못했더라고 정서적으로 아주 가깝고 특별한 존재로 여겨진다. 2015년 부천에서 제비를 보겠다는 흥미와 호기심으로 ‘대장동 학생제비모니터링단’이 생겼고, 작년에는 모니터링결과를 정리하고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 부천시의회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작년 대장동 마을에서는 34개의 번식둥지에서 성조 27쌍이 새끼 127마리를 키워 강남(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으로 돌아갔다. 2016년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전국 농촌마을의 제비 서식밀도가 20~25마리였는데, 그 중 경기도는 최하위인 4.2마리였다. 대장동 마을은 360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적인 자연마을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제비를 반기며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인심과 배려가 현재의 제비와 도시의 아이들을 만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대장들녁은 차고 신선한 바람을 생성하여 도시의 폭염과 대기오염을 저감할 수 있는 도시의 중요한 자연 인프라이다. 부천에서는 굴포천과 주변 유역에 형성된 논경작지가 성주산과 원미산으로 연결되는 차고 신선한 바람 생성지와 바람통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바람통로는 도시에서 발생된 자동차의 질소산화물과 공장, 가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미세먼지가 도심에 정체되지 않도록 확산시켜 대기오염 농도를 저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부천의 중상동 개발 이후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지표면온도 변화 회귀분석 연구결과, 논에서 시가지로 변화한 곳은 평균 2.840℃ 온도가 상승했고, 녹지율 65%를 확보해야만 1℃ 이하로 온도 상승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대장들녁 논이 사라지게 된다면 부천 도심의 폭염과 대기오염은 가속화 될 것이며 도시민의 주거환경과 건강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여섯째, 대장들녁은 도시 어린이들이 들판에서 뛰어 놀며 개구리, 제비, 메뚜기, 잠자리를 실컷 보면서 생태감수성을 일깨우고, 생명과 공생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야외 체험학습장이다. 이미 대장동은 농업체험 및 환경체험 활동지역의 중요한 지역으로 이용되고 있다. 부천시는 손모내기 체험, 우렁이 방사, 메뚜기 잡기, 벼베기 체험 등 친환경 벼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오정동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추억의 논썰매장, 별자리관찰 가족캠프, 대장동 논학교 프로그램은 도시의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밭작물 체험, 대장동 농촌 체험, 야생조류 생태, 논생물 생태, 곤충생태 체험 등 ‘오정 희망마을 생태 학교’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농부에게 논을 임대하여 도시민 가족농부 공동체를 기반으로 토종벼를 심고 금개구리쌀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산업단지로 대장들녁이 사라진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래세대의 살아있는 체험환경교육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다.

 

 

  부천시청과 부천상공회의소는 대장동 산업단지 조성으로 미래 산업을 유치하여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지가 상승으로 부천의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고, 세수 확보로 부천시의 재정 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단지 개발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 산정은 개발로 인해 잃게 되는 공익적 가치의 비용과 개발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ㆍ환경적 비용을 반드시 계산하여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자연은 단순한 ‘환경’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본’으로 이해하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대장들녁의 보전과 합리적인 이용에 대한 시민의 합의가 필요하고 시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수립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장이 필요하다.

 
 
 
 

글 | 최진우 박사(대장들녁지키기 정책위원장, 환경생태연구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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