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산업단지 개발을 멈추라!

 

 

 

대장들판은 부천시민들에게 신선한 공기, 바람을 제공해주는 생명 들판이다. 생명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대장들판, 중동들판, 계양들판, 김포들판 등 자연과 함께 했던 6,70년대야 환경공해라는 말이 없었다. 중동들판이 아파트 단지로 덮이고, 깊은구지, 진말, 장말, 사래이, 조마루, 약대, 시우물, 멧마루, 까치울 등에 수많은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환경공해를 부천시를 뒤덮었다.

 

오늘도 부천시내는 미세먼지가 새카맣게 진을 쳤다. 봄비가 반짝 내린 뒤 하루 정도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가 싶더니 바로 미세먼지가 온도시를 강타했다. 미세먼지는 아이를 키우는 분들에겐 치명적이다. 아이들의 기관지가 성인에 비해 덜 발달되어 있기에 늘 감기나 기관지염 같은 병을 달고 살아야 하는 위험천만한 공기 속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 수도 없고, 산에 올라가 보아도 미세먼지는 그다지 좋아지지 않는다. 이 미세먼지를 그마나 조금씩 약화시켜주는 것은 대장들판에 있는 논, 굴포천 같은 하천, 조금 넓게 복원된 베르내, 조금 복원했지만 생태라는 이름이 붙여진 돌내, 그리고 성주산, 원미산, 매봉재 같은 산들이다.

 

논, 하천, 산, 계곡 등은 찬 공기를 부천시내에 제공해주고 더운 공기를 거둬가 준다. 더운 공기 속에 미세먼지가 녹아 있다. 찬 공기는 이제 막 생성된 공기여서 청정하다. 이와 같은 찬 공기를 늘 마셔야 폐가 건강하다.

 

그런데 이렇게 공기순환에 일등공신인 이들 녹지가 부천은 겨우 13%를 조금 넘고 있다. 부천시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 빌라, 다세대주택들로 채워져 있어 도시 전체가 데워지는 열섬현상은 여름만 해당되지 않는다. 겨울에도 열섬현상이 일어난다. 봄에는 황사현상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는다. 이런 열섬현상을 식혀주고 찬 공기를 제공해주는 바람길은 부천시민들에게 생명의 길이나 다름없다. 미래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고개를 빼들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 아니 지금도 싱싱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몸을 돌리고 흠뻑 찬 공기를 마셔주어야 한다.

 

부천에 ‘대장들녘 생명포럼’이 있다. 대장들판의 소중함을, 여러 실천들을 통해 부천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대장들녘 생명포럼에서 ‘도심의 대기오염과 열섬현상 저감을 위한 대장들녘의 역할에 대해 부천시민들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에서 유일한 바람길 전문가인 계명대학교 환경계획학과 정응호 교수의 강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강연에 부천시민 100여명이 함께 했다.

 

부천의 미래 인구밀도를 2020년 17.998명(명/㎢), 2030년 18540명(명/㎢)으로 부천시 2030 계획안에 명시해 놓고 있다. 이를 읽으면서 부천이 점점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로 변모해 가는 것이 아닌지 소름이 돋았다.

예를 들어 독일 베를린은 1㎢의 넓이에 해당하는 곳에 3,750명이 산다. 런던은 5,100명, 룩셈부르크 1,600명이 산다. 이를 비교해보면 부천의 인구밀도가 높은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부천시 면적이라면 약 40만 정도가 가장 적당한데 그 두 배, 세배가 오밀조밀 살고 있다.

 

그동안 김만수 부천시정부는 부천시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시유지 땅을 팔아 고층 빌딩을 짓게 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고층 아파트를 짓게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큼 범죄행위인지를 알게 되었다.

 

정응호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부천의 미래는 인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너무도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원미산, 매봉재, 성주산 중턱까지 깎아 도시화로 만들어 놓고 부천의 산줄기마다 선명하게 뻗어 있던 골짜기는 대부분 메워진 상태에서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유통될 수 없다는 뼈저린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대장들판을 산업단지로 만들어 콘크리트로 채워놓고 공장건물, 단독주택, 연구단지 등으로 채우려고 하는 세력들은 부천시민들에게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한강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서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산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 대장들판 논·습지에서 생겨나는 찬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뼈에 각인시킨 시간이었다.

 

 

 
 
 
 
글·사진 | 한도훈(시인, 부천향토역사 전문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