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 2

지역 경제를 단번에, 적어도 1년 안에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어요. 그런 도깨비 방망이가 있어요.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어떤 건데요? 모든 사업체가 너도나도 장사가 잘 되는 거겠죠. 그래서 지역에 돈이 너무나도 풍성하게 돌아서 동네 똥개도 5만원짜리를 물고 다니는 겁니다.

그러려고
역대 시장과 시의원들은 산업단지를 만들고 이런저런 대기업에 본사 또는 공장을 옮겨달라고 통사정하고, 공기업을 유치하여 그 직원들을 불러들이면서 지역 소비를 늘리려고 합니다.

또 지역 축제와 지역 볼거리를 만듭니다. 외지인을 불러들여 돈을 쓰게 하려고 공무원들이 지혜를 짜냅니다.

예산을 투입하여 전통 시장을 정비하고, 상인 친절 교육을 강화하고 신용카드를 받지만 손님이 그다지 늘지 않습니다.
트로트 가수를 초대하고, 인디 밴드가 길거리 공연을 해도 그 날뿐이죠. 지역 경제는 활성화되지 않죠.

(오히려 지역 경제가 더욱더 안 좋아졌어요. 그런 예산만큼 부천시민에게 돌아갈 떡을 외지 건축업자와 외지 연예인이 가져갔어요.)

경기가 안 좋다고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경기가 언제 좋았는데요?
1945년 광복 이후 똥개가 돈을 물고 다니고, 돈을 휴지처럼 흥청망청 쓰던 시절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가 빚내서 돈을 쓰던 시절뿐이었어요.
그래서 김영삼 정부 막바지 1997년에 국가부도가 났죠. IMF사태입니다.
그 이후 경기가 좋은 시절은 없어졌어요. 언제나 어렵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지역 경제를 단번에 활성화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지역화폐"입니다.

성남은 "성남사랑 상품권"이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요. 이 돈을 갖고 성남 안에서 한국은행이 발행한 돈처럼 쓰면 됩니다. 같이 써도 됩니다.

이미 전국 56개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구요. 올해 6월 지역단체장이 바뀌면 전국에서 어마어마하게 지역화폐를 발행할 겁니다.
올 10월부터 다섯살 이하 아이가 있는 집에 정부에서 달마다 아동수당을 주는데요. 문재인 정부는 그 돈을 지역화폐로 줄 거라고도 합니다. 정부도 지역화폐의 효과를 안다는 뜻입니다.

어떤 효과인데요?
지역화폐는 그 돈을 발행한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돈이에요.
사실 지방 정부는 그동안 외부에서 돈을 끌어들일 생각만 했어요. 그러나 그렇게 돈을 못 끌어들이면 그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돈을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도 되고요.
지역에 있는 돈을 그 지역에서 더 빨리빨리 돌게 해도 됩니다. 지역화폐가 바로 그런 구실을 해요. 그걸 몰랐던 겁니다.

(일부 또라이 시장들은 대형쇼핑센터와 백화점을 유치하여, 그 지역의 돈을 날마다 어마어마하게 밖으로 내보내며, 지역 경제를 피폐하게 했습니다.
재벌이 지역 경제에 빨대를 꽂아 해마다 수천억원씩 영원히 빨아먹게 만들어준 겁니다. 특히 그 지역에 백화점이 많이 있는데, 또다른 쇼핑센터를 유치하는 단체장은 이완용 같은 짓을 하는 겁니다.

물론 그 지역 주민이 참여한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기업으로 대형쇼핑센터를 조성하는 시장이라면 힐러리에 맞선 미국 버니샌더스처럼 대권에 도전해도 됩니다. 아마 시민들이 선정비를 세울 겁니다.

여담입니다만 새로 만드는 것보다 지역에 있는 것을 인수하는게 쉽죠. 중국이 롯데마트에게 하듯 대해주면, 대형백화점이 1년 안에 부천시에 팔고 나갈 겁니다. 흐흐흐.. 그럼 부천시민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인수하면 됩니다.)

알고보면 외부에서 잠깐 들어오는 돈보다 그 지역에 일상적으로 돌고도는 돈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 돈을 들이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 지역 돈이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것은 쉽습니다.

성남시는 청년수당 200억원 정도를 "성남사랑 상품권"이라는 지역화폐로 지급하였는데요. 그 200억원이 서너배 효과를 냈답니다. 즉 성남 안에서 200억원이 돌고돌아 700억원처럼 쓰였다는 겁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성남시 자영업자들이 월 매출이 평균 100만원, 연 매출로는 1000만원쯤 늘어난 겁니다.

성남 자영업자들이 여야를 떠나 이재명 시장을 고마워하고, 궁극적으로 성남에 사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200억원을 풀었는데 이 정도라면 2000억원을 풀면 가게마다 연 매출이 1억원씩 는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도시를 재생한다며 1000억원짜리 토목 사업, 1000억원짜리 건축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시장이 있다면 그 지역 모든 자영업자의 연 매출 1억원씩을 죽이는 겁니다. 미친 짓을 하는 거죠.)

부천시 1년 예산이 2조원쯤 된다고 합니다.
부천 시장 후보와 부천 시의원 후보는 4년 임기 안에 예산의 10%를 지역화폐로 쓰겠다고 공약하시죠.

부천 공무원 월급도 10%는 지역화폐로 주세요. 200만원을 받는 공무원이라면 20만원쯤은 지역에서 소비해야 합니다. 그정도는 밥먹고, 머리깎고, 극장에 가고, 차에 기름넣고, 한의원에 다니면서 너끈히 소비할 수 있어요.

공사 대금과 공공구매와 용역비도 10%는 지역화폐로 주세요. 부천시 세금으로 벌이는 공사이니 사업자는 그 지역화폐를 받아 부천 자영업자한테서 공사 자재를 구입해야 합니다.

부천시가 지급하는 각종 복지 수당과 연금, 지원금도 지역화폐로 주세요. 그 지역화폐로 부천에서 쌀과 반찬을 사고, 병원에 가고, 학원비로 내고, 현수막을 만들면 됩니다.

지역화폐를 더 팽팽 돌리려면 최종 소지자가 한국은행 발행 돈과 바꾸려 할 때 부천시가 97%~98%만 주면 됩니다. (이걸 감가화폐라고 하네요.)

사람들이 이 지역화폐를 한국은행 화폐로 곧바로 환전하면 손해니까, 지역화폐를 받으면 폭탄 돌리듯이 자기도 얼른 구매처에 줄 거예요.

그래서 감가 지역화폐 최종 소지자는 부천에서 돈을 벌지만, 부천에서 물품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 업체일 겁니다. 예를들어 대형쇼핑센터와 대형백화점 같은 데죠.

그런 기업이 지역에 기여하는게 거의 없다고 욕할 것 없습니다. 그 업체는 지역화폐를 한국은행 발행 화폐로 환전하면서 자동적으로 부천에 매출 2~3%를 기여하게 됩니다.
아마 그 대형쇼핑센터도 감가 손실을 줄이려고 직원 월급의 10%를 지역화폐로 주고 물품구매를 되도록 부천에서 하려고 할 겁니다.

물론 감가하지 않고 100%환전이라면 대형쇼핑센터를 지역화폐 가맹점에 넣으면 안되죠.

지역화폐, 이거 사람들이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다른 지역 운영 성공 사례가 있으니 우리는 단번에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래 사진은 경기도 시흥시에서 준비한 종이 지역화폐 "시루"입니다.

서울특별시는 박원순 시장이 지역화폐를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전자화폐로 발행하여 모든 거래에 통용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종이 지역화폐도 앞으로 1~2년 안에 모든 것을 신용카드처럼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바뀝니다. (2018년 3월 30일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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