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인 원미산 가재골 능선에 가보라. 허걱, 놀라자빠질 만큼 많은 진달래들이 모여 있다. 세상에 있는 진달래들을 다 모아놓은 느낌이다. 진달래 친구들이 손에 손잡고 붉은 빛을 뽐내고 있다.

축제는 다음 주인데 이번 주가 절정이다. 한 두 그루가 아니라 수만 그루이다. 이렇게 진달래가 모여 진한 꽃을 피워냈다.

사월 첫 주 바람이 몹시 세게 불던 날, 진달래 동산은 많이 흔들렸다. 수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고, 일찍 핀 매화꽃도 흔들렸다.

부천활박물관 앞을 장식한 벚꽃도 일찍 피어 꽃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그곳에서 옥수수가 익어가고 각종 꼬치들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어릴 때 자주 먹던 번데기도 등장해서 추억을 유혹했다.

진달래 동산으로 들어가는 곳은 작년에 공사를 벌여 더 넓은 놓은 탓에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았다. 대신 부천활박물관 화장실만 불이 났다. 여성들이 줄 서 있다가 남자 화장실이 비면 재빠르게 차지를 했다. 항상 유원지 등지에서 보여지는 현상이다. 화장실을 지을 때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에 비해 3배 정도는 크게 지어야 한다. 그게 잘 실행이 안 된 탓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소월 진달래꽃 시비 앞이 붐빈다.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다. 인증샷! 진달래 동산에 올랐다는 것을 인증해서 서로 돌려보며 추억을 만끽할 수 있다. 카톡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한다. 김소월이 진달래동산에 강림한 듯 하다.

북한 영변의 약산은 얼마나 많은 진달래꽃이 있을까? 여기 진달래동산처럼 손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산으로 피어 있겠지. 북한에 가는 날이 오면 영변 진달래 동산에 가보고 싶다.

두 갈래 길이 열려 있다. 삼거리는 애뜻하다. 삼거리에서 친구하고 헤어져야 했다. 서로 갈라진 끝자락 마을에 집이 있기 때문이었다. 진달래 동산 너머에는 조마루가 자리를 잡고 있고, 서쪽에는 당아리인 당아래 마을이 있다.

예전에는 멀미인 원미산엔 진달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 두 그루 심기 시작한 것이 요만큼 많아졌다. 해마다 진달래 심기에 아이들도 고사리 손을 놀리기도 한다. 빈 땅을 찾아 새끼 진달래를 심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름드리 진달래로 자란다.

지금은 진달래동산이 멀미 산자락을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고 있다. 한참 힘차게 자라오르는 참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단지 진달래축제를 위한 벌목이다.

진달래꽃 시비 오른쪽으로 향한다.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개나리가 줄지어 피어 있다. 노오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가 잘 어울린다. 정자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서 흘끗 뒤를 돌아본다. 여전히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 같은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다들 환상적이라고 감탄할 뿐이다.

진달래동산 위에 있는 산길을 걸어가면 부천종합운동장이 바라보이는 곳에 닿는다. 포토죤. 이곳에서 사람들이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그 한편에 아이스께끼 장사가 목청을 돋운다. 하지만 날씨가 찬 탓에 아이스께끼를 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장사 품목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천FC 홈구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날이면 많은 축구동호인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곳이다. 지금은 시즌이 아니어서 텅 비어 있다. 겨울에는 흰눈으로 덮인 축구경기장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것도 좋다.

한 바퀴를 돌아 나무 계단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서쪽에 핀 진달래 꽃들이 반긴다. 찬바람에 세차게 흔들린다. 계단 곳곳에서 사진 찍는 이들과 몸 부딪히며 내려간다. 작년만 해도 이 진달래 숲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숲속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진달래 가지가 무성해졌다는 얘기다.

진달래꽃 축제를 진행하는 마당에 오니 흰진달래가 보인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담아 사진을 찍는다. 듬성등성 서 있는 노간주나무가 아름답다. 진달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개다리꽃 계단에 오른다.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던 이가 얼른 일어선다. 그렇게 일어설 필요가 없는데, 괜히 무안해진다.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데...

이어진 개나리 계단으로 내려온다. 오래된 벚나무는 아직 피지 않았다. 산 아래 벚꽃은 피었는데, 산중턱이라고 피지 않은 것이다. 이들 벚꽃이 피면 진달래는 서서히 꽃을 지운다.

벚나무 아래에 운동기구가 놓여져 있다. 아이들이 운동기구에서 놀고 있다. 그 곁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따듯한 커피 한잔에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다.

 

바람이 분다

진달래꽃처럼 살아봐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거머리처럼 살아봐야겠다

저녁 햇살에 늘어만 가는

흰머리를 씻는다

조금이라도 검어지라고...

 

 

 

 

한도훈(시인, 부천향토역사 전문가)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