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모 강의를 갔는데 한 어머님이 여행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주변에 아이들은 주말마다 여기 저기 여행 다니고 어떤 아이들은 해외도 가고 하는데 저도 아이를 위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라며 걱정 어린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주변에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와 함께 주말이면 여행이나 체험학습 등을 위해 바쁘시죠? 그런 모습을 자주 보면 “나도 해야 하나?”, “나만 안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습니다. 평일에 잘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쉬어야할 주말의 하루 혹은 이틀 모두를 힘겹게 보냅니다. 그런데 아이가 진정 행복하려면 부모부터 행복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번엔 아이 성장에 꼭 필요한 호기심을 여행 등 환경에 대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행은 호기심을 만들고 대화로 답하기 위해 가는 것
 
부모님들은 왜 아이들과 여행, 체험 등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여 더 좋은 더 빠른 성장을 시켜 주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으로 새로운 경험을 주는 이유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호기심을 위해 꼭 멀리 가야 할까요? 여행의 목적은 낯선 장소로 떠나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의 환경은 뇌에 자극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책을 작은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회사의 워크숍,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가족의 여행 모두 기존의 틀을 벗어나 휴식도 취하고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하는 목적으로 가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뇌는 어떨까요? 아이가 어릴수록 공간감각과 시야가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린 시기에는 방만 바꿔 줘도 새로운 환경으로 인식하고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공부]라는 책에 의하면 아이는 평균 1시간에 100번 질문을 하고 아이와 부모가 친밀한 경우에는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부모라면 다들 경험하셔서 아시겠지만 아이들의 질문에는 끝이 없습니다. "왜?", "왜?", "왜?", "이게 뭐야?", "저게 뭐야?"라며 계속 묻고 있지만 부모들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 일부만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하니 특별한 여행보다는 아이들의 물음에 답하는 것에 신경을 더 써야하지 않을까요? 여행은 자기와의 대화라고도 합니다. 주변 환경에 대해 자신과도 대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과도 대화하죠. 그 대화의 질은 매우 깊고 의미가 있습니다. 진짜 여행은 질문과 답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여행인 것이지요. 멀리 떠나왔는데 깊고 의미 있는 진짜 대화가 없다면 어떨까요? 멀리 가기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이동하며 생각 없이 본 핸드폰보다 집 앞 공원에 나가 함께 나누는 이야기 시간이 더 많은 호기심을 충족해 줄 것입니다. 멀리 있는 기쁨 20%를 위해 이동하는 시간 80%를 불행하게 보낸다면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게 되고 과정이 너무 어렵고 싫어 쉽게 포기하는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을 충실히 살지 못하는 삶은 행복한 삶이라 부르기 어렵겠지요.
 
 
호기심으로 가득한 환경, 자연
 
어린아이들의 질문의 양만 보더라도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깊은 사고와 실천을 요구합니다. 끈기 있는 질문이 아이의 생각을 깊이 있게 키워갑니다.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는 스스로 활동하는 때이고 상호소통이 활발한 환경에 있을 때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 환경이 아이의 호기심을 키우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며 인공적이고 변하지 않는 죽어있는 공간 안에서 생활합니다. 이에 비해 자연은 사계절 변화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며 살아 있습니다. 고정된 것보다 변화하는 것은 더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환경은 다양한 호기심을 다양한 호기심은 지적 호기심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이를 깊이 있고 겸손하며 노력하는 성품으로 성장 시킬 수 있는 씨앗을 심을 수 있게 됩니다. 자연과 아이의 긴밀한 상호작용과 안정적 애착이 더 해지면 그 효과는 더 긍정적일 것입니다.
 
20세기 대표적 교육사상가였던 ‘파올로 프레이리’는 호기심은 질문과 답변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면 더 멀리 더 신기한 것을 찾아 힘들게 다니기보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호기심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에 답하는 친밀한 대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봄입니다. 부모도 아이도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입니다. 몸이 힘드시면 멀리가기 보다 집 앞 공원이나 근처 산에 가서 편하게 봄을 즐겨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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