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 활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학원과 학교, 집을 오가며 바깥 활동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말이죠. 앞으론 야외에서 논다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구경거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일만에 찾아온 날씨 좋은 봄날의 오후, 놀이터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되어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리가 주기적으로 계속 들리더군요. "저기 있다 저기!", "00야~ 규칙 어겼어~", "공평하게 돌아가며 해야지~" 등등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도 아닌데 부모들은 멀찌감치 앉아 시종일관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훈수를 두며 놀이에 참견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놀이터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부모가 반드시 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놀이에 자주 관여하며 훈수를 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모가 아이를 위해 잘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라면 왜 그런 것일까요? 이번 호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어른 없는 놀이터

놀이터는 놀이를 하기 위한 장소입니다. 놀이 전문가 편해문은 ‘놀이’란 어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런 놀이가 이뤄지는 곳이 놀이터인데 현재 우리 놀이터는 안전을 빌미로 통제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놀이터 전문가 퀸터 벨치히는 과거에는 놀이터가 골목과 거리 등 사회 모든 곳에 있었다면 지금은 놀이터라고 명명된 곳만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으로 제한하여 사회와 분리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고 인정한 공간 안에서만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앞서 소개한 사례 훈수 두는 부모처럼 아이들 놀이에 어른의 개입이 어린 시절부터 계속 되었다면 아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스스로 놀이를 개발하고 아이들과 조율하며 질리지 않는 재미있는 놀이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조언과 지시는 다릅니다. 조언을 듣기 위한 준비 단계로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아이들끼리 더 잘 놀기를 바라고 아이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동일할 겁니다. 하지만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면 더 큰 배움을 얻지 못합니다. 실패의 경험을 딛고 일어선 아이가 성공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숲은 이상적인 놀이터

일본의 놀이터 네트워크 플레이파크(http://playpark.jp/)에는 “스스로 책임지고 자유롭게 놀자”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놀이터에는 불을 피울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아이들 놀이에 대해 지역사회의 이해의 깊이가 남다릅니다. 놀이를 매우 가치 있게 여기고 아이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놀이터를 알고 싶다면 어른의 평가가 아니라 아이들의 진심을 들어야 합니다. 사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아이들을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즐거운 곳,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면 좋은 놀이터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놀이터는 대부분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곳을 당장 바꿀 수는 없으니 인근 숲에 가시면 어떨까요? 놀이터 전문가 귄터 벨치히는 “놀이터를 만들 계획을 세울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상적인 놀이터는 손대지 않은 야생이라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과거 세대를 돌아보면 동네 형, 동생, 누나, 언니가 함께 모여 숲에 가서 놀았습니다. 지금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인근 산을 찾아보세요. 아이가 어리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가고 아이가 좀 커서 동네 아이들끼리 함께 숲에 간다면 이상적인 놀이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봄입니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자연의 선물인 숲 놀이터로 떠나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첫번째 금요일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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