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애인 인권영화제 개막작 <어른이 되면>을 봤다. 18년 동안 시설에서 생활한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언니가 함께 살며 세상에 적응해가는 이야기인데, 시종일관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세상에 저렇게 착하고 예쁜 사람들이 있나 싶은 생각과 18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의 무게에 눈물을 찔찔 짜다가도, 주인공의 엉뚱발랄한 돌발행위에 그야말로 박장대소. 탈시설에 대한 주장, 장애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고난을 부러 예상하며 긴장했건만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며 삶이란 어떤 규정된 모양일 수 없다는 걸 기어이 확인시켜준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주인공 동생은 스크린 아래에서 내내 춤을 멋들어지게 추었다. 문화다양성 사업을 하는 재단들이 이 영화를 초청해 상영하면 아주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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