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2년차 벼농사를 본격 시작했습니다.

 

① 4월 26일 볍씨에 철분 옷을 입혔습니다

지난 해 처음으로 자연농을 한다고 볍씨를 마른 논바닥에 훌훌 뿌렸었는데요. 볍씨를 새가 먹고 쥐가 먹으면서 벼 싹이 크게 모자랐었습니다. 이마저 무지막지한 멸강나방이 어린 싹을 먹어 치우는 바람에 하지 날 볍씨를 다시 뿌렸었습니다. 결국 11월에 가서야 수확을 했고요 수확량도 형편없었습니다.
 
올해는 볍씨에 철분을 옷 입히기로 했습니다. 철분 옷을 입히면 새가 볍씨를 먹지 못 하고 땅에 조금 깊이 묻혀서 벼가 덜 쓰러집니다. 일찌감치 철분을 주문하고 받아 놨었습니다. 오늘 이 옷 입히기 작업을 했습니다. 어떤 경험자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옷입히기를 마치고 펴 널었지요. 생각보다 잘된듯 합니다.
 
 
 
그리고 논에 나갔습니다. 논의 밀과 풀은 어떤지 궁금해서죠. 밀이 잘 자라야 풀이 극성을 부리지 못 합니다.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뿌린 밀씨가 발아도 못 한 채 흙속에서 겨울을 났고, 구굴토에 깊이 묻히기도 하여 봄에 발아도 시원치 않았습니다.
밀 싹이 왕성하여 흙을 온통 덮고 햇빛을 가려야 풀이 나지도 자라지도 못 하는데 말이죠. 지난 해 벼가 상대적으로 잘 됐던 곳엔 밀 싹이 시원치 않고 벼가 덜 됐던 바닥엔 밀 싹이 그 반대입니다. 그래도 2016년 가을 이후로 논을 갈아엎지 않아서인지 풀이 많이 나지는 않고 있어 다행입니다.
 
 
이제 5월 초에 볍씨를 뿌리고 벼가 잘 자라면서 풀을 제어해 주었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자연농의 성패가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벼 싹이 나오면 밀을 베서 흩뿌려 풀을 견제하게 합니다. 그리고 벼가 잘 되면 가을 수확 후에 볏짚도 풍성하게 흩뿌릴 수 있고 2019년 풀 고민을 덜게 됩니다.
 
농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렇게 적어도 3년을 걸치게 되는가 봅니다. 전년의 결산이 다음 해의 예산을 결정한다고나 할까요?

 

②5월 5일  바람에 실어 볍씨를 뿌렸습니다

 

어제는 볍씨를, 밀이 서있는 논에 뿌리고 왔습니다.
철분과 석고로 옷을 입혀 두었던 볍씨 33킬로그램을 자전거에 싣고 나가서 20여 킬로그램을 바람에 실어 뿌렸습니다. 바람이 거센 편이어서 적잖게 몰려서 떨어지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맨 볍씨를 뿌리면 어떻게 아는지 까치를 비롯해서 새들이 몰려들어 먹어 치우기 마련이지만 어제는 새들이 전혀 오지 않았습니다. 먹을 수 없는 볍씨인 걸 알았나 봅니다. 볍씨를 코팅한 효과를 십분 본 셈입니다. 내일은 천안 공수골에 비 올 확률이 80%라니 발아에도 우호적일 듯 합니다. 건답에서 물을 찾아 뿌리를 깊이 내려 건강한 벼가 됐으면 합니다.
올해도 말할 거 없이 비료를 안 주고 농약을 쓸 일이 없길 바랍니다. 논을 갈지도 않았습니다. 올해도 농사의 핵심은 풀을 처리하는 일 일듯 합니다.
땡볕에서 풀과 어떤 관계를 맺을 지 긴장됩니다.
벼 싹이 올라오면 밀을 쓰러트려 흙을 고루 덮어야 합니다.
며칠 전에는 가지 농사를 시작한 옆에 논 주인이 사진과 같이 우리 논을 뭉개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원상으로 잘 돌려놓게 하였고 앞으로 오히려 좋은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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