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가 창원에 빨갱이가 많다는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하였죠. 경상도에서 "반대만 하는 사람을 빨갱이"라고 한다며 농담이라고 해명했지만, 속내는 "죽이고 싶다"는 뜻입니다.

나도 빨갱이로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1994년 가을이고, 부천고등학교에서 교도주임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요즘 말로는 상담부장입니다.

그 당시 부천고 학교장이 무능하여 이런저런 일로 구설수에 오르던 때였어요. 원래 학교일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 문제가 있어도 잘못을 시인하고 시정하면 될 일들이에요. 학교가 급하게 재난을 다루거나 생명이 오가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 학교밖으로 알려지고 지역사회와 학부모한테 비난을 받습니다. 학교장은 학교 구성원, 특히 부장들이 10명 넘게 있는데도 논의에서 배제하고, 그 문제를 다른 학교 사람들과 논의합니다. 그렇게 해서 결정한 해결 방법이 졸렬하구요.
정작 당사자인 학교 교사들은 전모를 알지도 모른채, 구설수의 중심에 서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학교가 어떻게 결말 지을지를 몰라 모두 바보가 되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두고 여러 번 교장과 교감을 개인적으로 만나 비판하였습니다. 어떤 문제인지를 전 교사에게 알리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상의하여 현명하게 대처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한효석이 용공이고, 빨갱이 같다."고 교감이 다른 교사들에게 이야기했다는 것과 경찰서에 신고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효석이 교사들에게 김남주 시집을 돌린 것과 김일성 사망을 애도했다는 것이 그 근거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김남주 시집은 그 해 2월에 1학년부장을 끝내면서 1학년 담임 12명에게 "작년 1년 동안 담임 업무로 고생했다"며 제가 선물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보기에 김남주 시에 반정부적이고 혁명적인 내용이 많았겠지요.

 

김일성 사망 애도는 별거 아닙니다. 김일성 사망이 그해 여름날이었죠. 여름날 에어컨도 없는 교무실에서 땀이 많이 나니까, 보통 흔한 세수 수건으로 머리띠 하듯이 내가 이마를 둘러 뒤통수에서 매듭을 지은 겁니다. 그 땀수건을 두고 교감은 그게 분명히 김일성을 애도하는 표시였다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그냥 두면 더러운 소문이 더 무성할 것 같아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뒤 전직원 조회 하는 날에 제 개인 신상 발언이라고 하면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제가 빨갱이로 신고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그에 대해 한 마디 하려고 합니다.

옛날에는 '너 빨갱이지?' 하는 한 마디에 재판도 없이 총살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세상은 아닙니다만, 아직도 빨갱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말입니다.

김남주 시집은 어느 출판사가 출간하여 전국 어느 서점에서나 살 수 있는 등록된 정식 출판물입니다. 만약 그 책에 용공성이 있어 문제가 된다면 출판이 정지되거나, 출판사 등록이 취소되거나, 발행인 또는 시인이 구속되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용공서적과 용공 출판사를 용납하는 정보당국 공무원, 문화부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고 시중에서 얼마든지 사서 아무나 읽을 수 있는 책을 선물했다고 나를 빨갱이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안됩니다.

둘째. 내가 김일성 사망을 애도했다고 보려면 밤에 정화수를 떠놓고 몰래 비는 것을 봤다든지, 하다못해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다니더라고 해야지, 세수 수건을 머리에 둘렀다고 김일성을 애도했다니 말이 안됩니다. 그럼 지금 머리 수건을 두르고 농사짓는 사람들, 건설 노동자들은 김일성을 애도하는 겁니까?

나는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 5년동안 복무하고 중위로 제대하였습니다. 아시아시피 공군 장교는 육군, 해군 장교보다도 신원조회가 더 심해서 사돈에 팔촌까지도 의심스럽지 않아야 통과됩니다.
그런 관문을 뚫고 소위로 임관하여 만기 제대하였습니다. 국가조차 내 사상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교장과 교감이 시집 한 권과 수건 한 장으로 나를 빨갱이로 몰아 매도하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 이 자리에서 해명해 주십시오. 왜 그런 소문이 도는지, 정말 빨갱이로 몰아 재판없이 죽이고 싶을 만큼 제가 미웠습니까? 교육 가치관과 과정이 다른 것이지, 사람을 미워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발언 도중에 교장이 일어나 나갔습니다. 발언이 끝나자 교감도 일어나 교무실에서 나갔습니다. 교감 뒤통수에 대고 "해명해 주세요"라고 했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전직원 조회가 끝났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정보과 형사가 웃더랍니다. 정식으로 용공 신고가 된 것이 아니고, 김일성 사망과 관련하여 교사들 동태를 파악하던 중에 전해 들은 것인데, 학교 교사들이 너무나 순진하게 소꿉장난을 한다 싶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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