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폐기는 기준을 정하기 나름

완전한 비핵화니, 영원한 비핵화니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할까요? 말장난 같지만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다면 없는 거고, 있다면 있는 겁니다.

분서갱유는 진시황제 때 승상 이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책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미혹하게 한 술사를 파묻어 죽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모든 책을 불태운 것이 아니고, 모든 유생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이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날짜를 정하여 특정한 책을 불태우고, 그 뒤로 어떤 쪽은 논의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걸로 분서갱유 끝. 눈치를 보며 금서를 안 태운 사람도 있고, 달아나서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겠죠.

"한반도 비핵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쪽이 기준을 정해 절차를 밟아 나가면 그걸로 끝입니다.
예를 들어 핵탄두가 있는지 북쪽 어느 지점 어느 부대에 이쪽 검증반이 들어간다.. 오케이? 오~케이..
마찬가지로 남쪽 미군 부대에 북쪽 검증반이 들어간다.. 오케이? 오~케이..

북쪽 플루토늄 재처리 관련 자료와 관련 전문가를 분서갱유할까? 분서는 오케이, 갱유는 안 오케이..
그럼 남쪽도 마찬가지로 오케이, 안 오케이..
이렇게 하나씩 기준을 잡아가겠죠.

옛날에 제가 교사로 근무하던 공립학교에 비리가 드러나 동료교사 3명이 한꺼번에 파면되었습니다. 비리 교사가 더 있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그 정도에서 감독기관과 학교장 사이에 합의되었다고 합니다. 관련자가 더 있어도 골치 아픈 일이니,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서로 입을 맞췄겠지요. 외부 시선에 맞춰 결과를 적당히 노출시키는 겁니다.

완전한, 영원한 비핵화 과정에서 남북을 샅샅이, 낱낱이 뒤지는게 애초 불가능한 거구요.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골치가 아프니 북미가 입을 맞출 겁니다.
그물코를 어느 정도로 짤지를 정하자. 그걸 정하는데 몇 년이 걸리고, 국제원자력 기구 직원이 다 매달려도 검증에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따라서 어떤 식이 되었든 북쪽 체제 보장이 선행되어야, 무기를 내려놓는 기준에 따라 단계를 밟고 해체 완료를 선언할 겁니다.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자."

그러니 현실적으로 완전하고도 영원하게 핵을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는 기준을 정하고 기준에 어느 정도 적합하면 영원히(?) 핵이 파기된 겁니다.

그렇습니다..
기준에 맞춰 서로 사찰하여 핵이 없다면 없는 겁니다. 혹시라도 남북 사이 전쟁이 나고, 북쪽이 미국과 맞붙어도 핵을 꺼내지 않으면, 한반도는 비핵화가 된 것입니다.
물론 불가침 조약을 맺었으니 누구든 어떤 핑계로든 전쟁을 하면 안됩니다. 특히 강대국 미국이 신뢰를 저버리고 약속을 깨면 안 됩니다. 자칫하면 한반도에 핵무기가 되살아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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