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2개월 된 아이의 평범한 엄마이다. 지지했던 후보 쪽 지인께서 참관인 활동을 해 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경험상 재미있고 할 만 하다는 이야기였다. 고민 없이 오케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컸고 투표소의 분위기도 궁금했다. 내 눈으로, 시민의 눈으로 감시해야지!

그런데, 선거 하루 전 점심때가 지나도록 참관인활동에 대한 안내문자하나 오지 않았다. 저녁 8시 이후가 되어서야 관련된 후보 쪽에서 안내전화가 왔다. 하루 종일 혼자 80-90명 되는 참관인에게 전화하다 보니 이리 늦게 되었다는 것.

드디어 선거 당일. 오전으로 배정받아 6시부터 12시까지 참관하기로 하였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밥도 챙겨 먹었다. 그리고 평소 하지 않던 화장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나섰다. 새벽 공기도 좋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오늘 많은 유권자를 만나길 바랬다.

옆 동네고 거리가 조금 있어 택시를 타고 도착한 중1동 제 6투표소.

새벽 5시 30분, 투표 시작 30분 전 투표소 안이 분주했지만 곧 정돈되고 각자 맡은 자리에 앉아 투표시작이 되기를 기다렸다.

투표참관인의 자리에는 의자 8개..개인 책상 3개. 10분 지나니 이렇게 여섯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조금 염려스러웠다. 투표소 안 곳곳을 감시자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른 새벽부터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반갑고 고마웠다.

9시 30분경. 가운데 쪽 총무업무를 보는 사무원이 명부와 펜을 들고 걸어왔다.
“이름이 뭐죠?” 물어왔다.
“000인데요?”
“여기 사인해 주세요”
“아..네”
눈도 마주치지 않은 사무원이 현금을 확인하고 건네준다. 순간 얼굴이 화끈 거렸다. 나에게 한 것처럼 옆 투표참관인에게도 그리 활동비를 나눠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유권자들은 투표 중이고 아직 오전 10시를 넘기지 않았다.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잠시 후 그 사무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옆 투표소에서 사무원이 찾아와 봉투를 구하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사무원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 나눈다.(그래도 다 들린다)
“우리는 그냥 줬어~”
“나는 봉투에 담아 줄래” 하고 가져간다.
기분이 불쾌했다. 봉투가 있었는데도 그냥 활동비를 준 것이다. 사실 처음 도착 했을 때도 신분증 확인이 없었다.

나 또한 투표참관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교육에 대해 문의 했을 때 투표소에서 잠깐 인수인계 받으면 된다 하였다. 그런데 아무도 투표참관인 역할에 대해 얘기해 주지 않았다. 아니, 참관인 책상위에 삼각대에 적혀 있긴 했다.

'참관인이 지켜야 할 일'에 대한 안내 문구다. 사진처럼 문구만 봐도 참관인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선거 당일 인터넷을 뒤져 보아야 했다.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을 안고서, 생애 첫 투표 참관인 활동은 12시가 되어 종료되었다.

타 투표소 참관인에게 들인 이야기인데 어떤 어르신께서 잘못 기재했다며 투표용지를 다시 드렸다고 한다. 투표소의 분위기가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순전히 내 취향이지만,,,밝은 얼굴 목소리로 유권자를 맞고 투표를 하고 나서는 유권자의 뒷모습이 경쾌하게 인사 건네는...잔치분위기ㅋ

그래서, 제안한다. 앞으로는 투표참관인 이렇게 하자!
1. 사전 참관인 교육을 꼭 받을 수 있게 할 것
2. 선거 당일 참관인에 신분증 확인
3. 참관인 활동 종료시점에 활동비 지급
4. 활동비 내역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것
5. 활동비를 흰봉투에 담아 참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줬으면 함
(유권자들이 보는 앞에서 현금 세어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함)
6. 활동 후 그 투표장에서 간단한 평가 할 수 있는 시간마련
7. 투표확인서 발급이라는 문구 기재하여 유권자에게 안내할 것
8. 유권자의 신분증 얼굴대조 필히 확인 할 것

*투표참관인의 권한과 의무 등
투표참관인은 참관도중 투표간섭 또는 부정투표 그 밖에 법에 위반되는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투표관리관은 그 요구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시정하여야 합니다. 또한 투표소 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그 상황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표참관인은 참관도중 선거인에 대해 직접 질문하거나, 투표를 방해·간섭·지연시키거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지지 또는 반대를 권유하거나 기타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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