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8일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재석의원 198명 중, 160명이 찬성하고, 24명이 반대하고, 14명이 기권한 상태로 통과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체를 경영하는 모든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고용할 때 최저임금 이상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날 통과된 내용의 핵심은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되는 항목을 기존보다 늘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최저임금에 월단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가 포함되게 됩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 미리 정하여진 지급조건에 의해 매달 지급될 것이 명시된 임금 또는 수당을 합쳐서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따져왔습니다. 그래서 매달 지급하는 임금이 아닌 상여금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아왔고, 최저임금에 산입하기 적당하지 않은 임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족수당, 급식수당, 주택수당, 통근수당 등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것은 빼고 계산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한 항목들의 수당이 최저임금계산을 하는데 포함되게 되었습니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게 되는 데요, 올해 최저임금 월 157만원을 기준으로 정기상여금의 39만원(25%) 초과분과 복리후생 수당의 11만원(7%)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되고, 매년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서 2024년 이후에는 매월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됩니다.

연도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정기상여금
25%
20%
15%
10%
5%
0%
복리후생비
7%
5%
3%
2%
1%
0%

 

 

쉽게 이야기 하면 그동안에 식대, 교통비를 받았던 노동자들은 앞으로 그러한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기본급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조금만 바꿔 생각해 본다면, 그동안 회사에서 주던 밥값과 교통비를 노동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일을 시키면 밥을 주는 것은 사실 아주 당연하게 여겨져 왔습니다. 일용직으로 일을 나가더라도 일하다가 점심을 먹고, 새참을 먹으면서 그 돈을 내 일당에 포함시킨다? 물론 연도별로 포함되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만, 2024년 이후에는 그런 돈이 모두 포함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정말 상상도 안되는 일이네요.
 
의견을 듣기만 하면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회사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을 하고자 할 때,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서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불이익한 변경이라면 동의를 얻을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연간 몇차례로 나눠 지급되던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하는데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려고 할 때, 의견을 듣기만 한다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바꿀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이를 두고 노동법의 체계를 흔드는 개정안이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불이익한 변경의 경우 동의를 얻게끔 해 놓은 이유가 뭐였을까요? 그래야 마음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 아니었겠습니까? 물론 현행 제도하에서도 노동조합이 없는 영세한 사업체는 불이익변경에 대한 항의?, 반대? 이런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이것을 의견을 듣기만 하면 할 수 있게 보장해 준다면 과연 다른 것에 대한 관리나 통제는 가능할까요? 연간 몇차례 주던 상여금을 매달 주는 이유는 분명히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려는 의도 이고, 이를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최저임금을 둘러싼 꼼수가 판을 친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들어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한번 상상해 봤습니다. 이번에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이야기가 나왔던 근거중에 한국의 복잡한 임금체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고액연봉자들도 복잡한 임금체계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매년 임금을 올려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식의 이야기 였는데요. 사실 복잡한 임금체계를 만든 것은 노동자들이 아니었죠. 그동안 연장수당을 적게 주려고 기본급은 낮게 묶고, 수당을 자꾸 만들고, 상여금 조금 올려주고 이렇게 했던 것은 자본이었습니다. 이제 정기상여금이 연장수당 계산하는 통상임금의 기초로 포함되기 시작하니 복리후생비를 들고 나왔네요. 이번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최저임금 경계선에 있는 노동자들은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을 묶어 놓고 식대, 교통비를 조금 늘려 최저임금의 총액을 맞추려는 자본의 꼼수에 금방 피해가 드러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 40시간 근무하는 노동자가 시급 만원이면 월급 209만원을 받는데요. 기본급은 150만원, 식대, 교통비, 기타 복리후생비 포함 60만원, 총액은 어차피 210만원이니 최저임금 위반은 아니네요. 근데 연장근무 계산할 때 210만원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식대 교통비, 복리후생비는 연장수당 계산하는 통상임금에 안들어가게 만들어 놓고, 기본급 150만원으로 연장수당을 계산해주는 일이 없을거 같은가요? 에이 누가 그런 꼼수를 쓰겠냐고, 너무 억지 아니냐고 끌끌 차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왜 그게 걱정이 될까요? 일 시키면서 밥도 안주면서 일을 시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으신가요?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요?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액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500만명에 이릅니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내 월급이 오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습니다. 그 가족까지 합하면 1000만명이 이번 개정법률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국민의 1/5의 삶이 영향을 받는 법률개정을 이런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번 법안이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행 처리를 주도한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강변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노동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사용자단체에서는 환영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래도 노동자들 위한 입법이라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법 개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들의 반대의견이 더 높다고 조사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본인이 이야기한 노동존중사회,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 하려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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