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을 시작한지 벌써 5년째이다. 상근을 시작한 것은 3년째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모든 것이 좋았다. 시간이 길어지고 만남이 깊어지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각자의 차이와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각각의 사람들이 제각각의 시선으로 일하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양한 사람들의 개별적인 감정에 맞서 대응하느라 에너지를 모두 썼다. 협동조합이 어려워졌고 벗어나고 싶은 감옥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다양한 차이들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모두 평등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계 없이 누구나 주인의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하다. 그렇다면, 이런 평등한 차이들이 서로를 힘들게 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 어쩌면 진짜 문제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조직 안에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연결은 되어 있으나 함께 바라보는 가치나 원칙이 동일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얼마 전 의료 공공성을 지키는 의료기관의 모임인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라는 단체 창립식에 참여 했다. 그때 특별강연을 위해 일본민주주의의료기관연합회 키시모토 사무국장이 찾아왔다. 민의련 조직 내부에서는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우리는 왜 모이는가,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일본 민의련은 공동의 가치를 여러 사람들이 똑같이 외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본질적인 질문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모습에서 나를 다시 돌아봤다.
 
우리는 왜 모이는가? 표면적인 갈등만 바라보아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사실 많은 부분에서 서로 연대하고 있다. 자신의 여유 시간을 포기하고 어려운 환경에 놓인 환자들을 찾아다니는 의사가 있고, 근골격계 통증 환자를 낫게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자기의 오른쪽 팔 아픈 것을 감내하며 매일 치료기를 돌리는 의사가 있다. 경영개선을 해보자며 밤마다 반복하는 피곤한 회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달려오는 조합원들이 있다. 즐거운 모임을 만들기 위해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우리가 만든 사업체를 살리겠다고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오는 조합원들이 있고, 지인들을 함께 하자고 연결해 주는 조합원들이 있다.
 
그렇게 조금 떨어져서 우리들을 바라보니, 우리는 자본주의라고 하는 망망대해에 작은 배에 함께 올라탄 사람들이다. 각자의 조각(입장) 위에 서서만 바라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본심을 오해하여 상처를 준다. 그럴 때 잠시 배에 내려 망망대해에 서서 함께 모인 우리들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우리가 만든 작은 배에서 어두운 바다 속에 한 명이라도 탈락하지 않도록 하자는 원칙을 우리 마음에 품는다면, 내 일상의 선택과 행동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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