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가 다가온다. 하지는 24절기 가운데 열째 절기로 이때까지 모를 심지 않으면 한 해 농사가 늦어져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낸 옛 풍습이 있다.

다가올 4년 간 시정을 이끌어 갈 인물 농사(?)를 막 끝냈다. 이제 기대와 희망의 선거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이유를 알 수없는 허전함과 허무함이 교차한다.

허전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마음이) 의지할 곳이 없어지거나 무엇을 잃은 것 같이 서운한 느낌이 있는 측면에서 심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통제가 어려운 것에 대해 혹시나 했던 기대가 어긋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결과에 대한 반영이다.

아마 지난 14일 간 번잡한 거리를 뒤덮어 어지럽기까지 했던 선거 현수막과 홍보물은 물론 문자와 광고물들이 일거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장소에) 아무 것도 없거나, 있었던 것들이 순식간에 없어져 공허함으로 더없이 휑한 자리가 낯설기 까지 하다.

허전함과 더불어 허무가 엄습한다. 허무함이란 헛되고 무의미하다거나, 한심하거나 어이가 없음으로 까지 생각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투표가 유달리 엇나간 것이고 의미를 가늠할 수 없음으로 끝나 그 결과가 안타깝거나 어이가 없음으로 마감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일 것이다.

딴은 허전한 기대였고 허무한 희망이었으며, 허무한 기대와 허전한 희망이어서 일까. 그 어느 것도 가득한 기대와 희망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내포한다. 이 허무와 허전을 어떻게 해야 것인지 그 또한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옛 조상은 기우제의 방법으로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과 성물(聖物)이나 성역(聖域)을 더럽히거나 신에게 압력을 넣는 방법으로 비가 오기를 빌었다.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그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를 기대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성물이나 성역에 더러운 것을 뿌리거나 놓으면 신이 비를 내려 깨끗하게 해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일은 사실이라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어 후회로 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가버린 과거보다 다가올 내일이 중요하다. 비를 기다리는 인간의 방법으로 산 위에 불을 놓는다는 것은 하늘을 향해 기원하는 마음이고, 신성한 것/곳에는 더러운 것을 일부러 놓아 깨끗이 씻어 정화시켜주기를 희망하며 비가 내리기를 빌었던 것이다.

선거의 결과는 분명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이다. 유권자 기대와 희망을 위해 선택된 후보들에게서 허전과 허무가 초래된다면 뜨거운 불로 심판해야하고 깨끗한 물로써 냉혹한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불과 물은 그래서 심판과 정화의 상징이고 도구이며, 기대와 희망의 징표이고 내일의 거룩한 상징이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4년은 유권자가 당선자에게 부여한 시민의 권리로서 차가운 축복이자 날카로운 단두대가 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시행착오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 유권자로서 선택의 현명한 지민(知民)이 되어야하는 스스로의 엄중한 책임이고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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