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외로 나가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낮에는 좀 덥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마트나 쇼핑몰에서 캠핑 등 나들이 용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시기라는 뜻이겠지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한 용품도 있고 잠을 자기 위한 용품도 있지만 아이들과 놀기 위한 용품도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총부터 물안경, 해먹, 배드민턴 등등 가지 수도 많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야외, 특히 자연에서 즐기는 진짜 놀이를 생각해 볼까 합니다.

 

아이에게 놀이도구는 경험의 통로

숲에 자주 오는 친구들 중에 놀이 도구를 챙겨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종삽, 쌍안경, 돋보기, 채집통, 주머니칼, 연필 등등 다양한 도구를 가져 오지요. 그 중 쌍안경을 예로 들어보죠. 쌍안경의 기능은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멀리 있는 것이 잘 안보이니 쌍안경의 기능과 정반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상은 아주 작지만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죠. 결국 가까운 것도 보기 어렵고 먼 것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구는 목적이 있을 때 유용합니다. 그런데 도구가 목적이 되면 목적은 사라지고 도구에 대한 호기심만을 채우고 말지요. 이렇게 도구를 가져오는 경우 아이가 충분히 놀 때까지 즉, 호기심이 사라지고 지루해질 때까지 십중팔구는 그 도구를 이용한 놀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숲에 온 목적인 주변의 자연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 얼마 전 캠핑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텐트와 해먹 근처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 흔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텐트와 해먹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의 장소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 대신 주변의 자연은 액자 속 경관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주의력이 100이라면 도구에 이미 많은 부분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핸드폰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지요. 숲에 온 이유가 맛있는 것 먹고 충분히 쉬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멀리 시간 내서 자연을 느끼고 즐기러 왔다면 참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단순히 먹고 쉬는 것이라면 차라리 가까운 공원에 가도 가능한 일이니까요.

 

스스로 결정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사람들의 생활은 알게 모르게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따라 경험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거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유행했고 아이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부모들의 노력이 꼭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사와 같은 커다란 환경도 그렇지만 놀이감 같은 생활 속 소소한 환경도 사람의 경험을 지배합니다. 거실에 TV가 있는 집과 책장이 있는 집은 TV보다 책을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놀이도 어떤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경험 내용이 달라지게 됩니다. EBS 프로그램 중 놀이감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한 영상이 있었습니다. ‘가’그룹은 아이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커다란 완제품 장난감을 주고 '나'그룹은 재활용품 자제를 가득 쌓아놓고 가지고 놀게 하였습니다. '가'와 '나' 그룹 중 어느 아이들이 더 오래 재미있게 놀았을까요? 기대와는 달리 '가'그룹 아이들은 처음엔 기뻐했으나 점점 흥미를 잃고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에 반해 '나'그룹에 아이들은 처음엔 시큰둥했으나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지속적으로 즐겁게 놀았습니다. '가'그룹 아이들은 고정된 놀이감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약한 반면 '나'그룹의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정해진 범위 없이 놀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주어진 도구에 따라 아이들의 생각의 범위는 제약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프랑스의 화가 르볼은 그림으로 심신이 허약한 아이들을 치료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이들이 물감을 범벅하고 종이를 찢고 붓을 아무렇게나 잡아도 따로 가르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고 합니다. 대신 르볼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 벼락이 떨어져도 안 움직일 것처럼 몰두하며 그렸다고 하더군요. 르볼은 그림으로 스스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지요. 그는 아이를 치유하는 방법이 그 아이만의 그림(놀이)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상상력과 롤모델이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 한다

아이가 진짜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의 상상력과 부모, 선생님 등 롤모델에 따른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숲에 가면 누구와 함께 갈까요? 보통 부모와 같이 갈 것입니다. 부모의 행동을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스스로 가져간 놀이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고, 없다면 주변 자연물을 이용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진짜 경험, 진짜 놀이를 위해 규칙으로 제약하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만들어가는 놀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쌓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부모님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숲을 즐기는 방법을 모색해 보시면 더 좋겠지요.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음악을 감상 한다 거나 자연을 관찰하는 등 숲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습니다.

 

캠핌장에서 먹고 쉬는 것도 좋지만 의자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기만 하기에는 이동한 거리와 돈,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요? 아이와 함께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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