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사태를 보며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명이 들어왔는데, 우리 정부가 받아주면 안된다고 사람들이 청와대에 청원을 넣었답니다. 벌써 35만명 이상이 서명을 했다네요.
일부에서는 그것을 외국인 공포, 이슬람 공포라고 해석하던데, 내가 보기에 공포가 아니라 차별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 상놈 차별과 남녀 차별이 당연했을 겁니다. 6.25 전쟁 이후에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 같은 이념 차별도 있었겠죠.
그런데 요즘 일부러 차별하려고 해도 뭐 하나 차별하기가 쉬운게 없습니다. 특히 남녀 차별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미투 이후 몇 십 년 전 성폭행도 사실이 규명되기 전에 정황만으로 유명인사가 맥없이 나가 떨어집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성추행, 성희롱으로 몰릴까 싶어 요즘 남자들은 울타리(펜스룰)를 치고 산답니다.
지역 차별도 어렵습니다. 그동안 전라도가 만만하여 희롱하고 차별했는데, 경상도 사람을 앞세운 전라도 이념이 득세하면서 지금 전라도를 대놓고 조롱하면 어느 자리든 "사퇴"해야 할 판입니다.
이념 차별도 희석되었습니다. 지난 선거판에 천안함 폭침 카드, 북쪽 여종업원 입국 카드를 내놓아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죠. 그런데 최근에는 남북과 미국 수뇌가 만나고 사람들이 김정은을 칭찬하는 통에 "빨갱이"가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조선족을 비롯해서 외국인 노동자들 위상도 전보다 많이 높아졌습니다. 여권을 감추고, 임금을 떼먹는 일이 점점 사라집니다.
탈북자와 다문화 가족, 장애인, 트랜스젠더, 동성애자도 조금씩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돈 지랄도 쉽지 않습니다. 여론이 "갑질"로 판단하면 재벌 일가도 이제는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전에는 돈 앞에 노비로 살던 것들이 어느 순간 욕설을 녹음하고 폭력을 녹화해서 방송국에 제보합니다. 이제는 돈좀 있다고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짐승도 학대하면 안됩니다. 임자 없는 들개, 길고양이조차 함부로 다루면 오히려 사람이 처벌을 받습니다. 머잖아 보신탕은 추억 속에 남을 듯합니다. 환경론자들은 개구리, 도룡뇽, 반딧불이 때문에 개발을 반대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소시민으로 살면서 뭐든 맘대로 안 되는 세상, 뭐든 맘대로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사회는 평등하지 않고,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사는게 너무나 힘들어 분노는 끓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어느 사람은 방화와 묻지마 살인으로 표출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공의 적으로 예멘 난민이라는 새 먹이가 발견된 겁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기준을 잡아야 할지 모르는 때에 난민이 등장한 겁니다. 공포가 아니라 차별할 대상이 생긴 거죠. 물론 우리가 진통을 겪고 시간이 흐르면 나중에는 어느 나라 난민이라도 수용할 겁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않고 빈부 격차가 심하고 사람들을 각각 귀하게 대접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차별하고 싶은 욕망이 드러날 거라는 겁니다.
오늘날 유럽이 민주주의 선진국이면서도 일부 국가에는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극우 세력이 있습니다. 그런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히틀러가 되겠죠. 자칫하면 우리나라도 극우가 세력이 될까 겁납니다.
예멘 난민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면서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접하고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