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탑동 바닷가를 걸으며 황금빛 바다에 취해 “아, 보고만 있어도 부자된 기분이야”라고 했더니, 스테파노(예의 그 10개국어를 하는 멘사회원 비건 이탈리아 청년으로 최근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부자가 왜 좋아요? 소유하면 자유롭지 않은데...” 아놔, 그러니까 내 얘긴 돈이 많아서 좋다는 게 아니라... 그건, 그러니까... 아주 기분이 좋다는 한국어의 관용적 표현이라고 설명을 하긴 했는데, 썩 개운하지 않은 표정. 이럴 땐 한국말이 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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