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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의 아구리창작 단편소설
김민규 (상원고 3학년)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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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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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작가 민현은 난민 전문기자 에밀리아를 만나기 위해 아침부터 호텔 라운지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기다리고 있다. 에밀리아는 민현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제주 예멘 난민 관련 논란을 취재하느라 고심 중이던 민현에게 난민 전문기자 에밀리아의 한국 입국 소식은 정말 달가운 일이었다. 민현은 곧장 이메일로 약속을 잡고서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 에밀리아를 맞는 민현의 표정은 그해 여느 때보다 밝아보였다. 에밀리아는 유럽의 난민사를 설명해주었다. 외부 세력의 여론 개입을 조심해야한다고 덧 붙여주며 유럽 난민 수용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조작도 난민사에 늘 있었음을 알려주었다. 민현은 가장 궁금해 하고 있었던 질문을 에밀리아에게 물었다. 에밀리아는 그들은 왜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가요. 에밀리아는 잠깐 그의 눈을 피하며 조금은 길게 생각했다. 2년 전에 그녀가 만난 난민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지갑에서 손바닥만한 사진을 꺼냈다. 에밀리아는 테이블 위로 사진을 올렸다. 난민가족의 사진이었다. 의아해하는 민현에게 에밀리아는 그녀의 2년 전 이야기를 시작했다.

5월의 레바논 기후는 에밀리아를 땀으로 흠뻑 젖게 하기 충분했다.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의 기자인 에밀리아는 레바논까지 취재를 하기위해 왔다. 로마 다빈치 공항을 떠나 이곳 베이루트까지 오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좁은 비행기에서 보내야 했었는가, 그녀는 접선하기로 한 장소를 적은 쪽지를 들고서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다.
나짐은 초조하게 창문 주위를 서성인다. 오늘밤 브로커와 접선 후 베이루트 항을 떠나는 배를 타기로 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3시간 안에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 비상금을 조금 남기고 전 재산을 몽땅 털어 넣은 그 배를 놓친다면 그는 끝이다. 나짐은 시리아에서 그의 아내와 어머니를 잃었다. 그녀의 딸과 외출을 하고 왔을 때 그의 집과 그의 사랑하는 가족은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정부군의 폭탄이었는지 반군의 폭탄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을 지켜주는 이도 없었다. 나짐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딸 조야와 함께 고향땅을 제 발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시리아를 떠난 이후 나짐은 조야와 얘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쉽게 입을 열지도 웃음을 짓지도 않았다. 노크소리가 작게 방에 울렸다. 2층을 빌려준 주인이 키가 큰 백인 여자 손님과 함께 들어왔다. 에밀리아였다. 나짐은 에밀리아에게 악수를 건냈다. 에밀리아는 그의 손이 매우 억세다고 생각했다. 에밀리아는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인터뷰는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인터뷰를 하며 나짐은 때로는 슬픔에 때로는 분노에 잠겨 간간히 끊기기도 했다. 분홍색 옷을 입고 있는 5살 난 조야는 인터뷰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빠가 지금 굉장히 진지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조야는 아빠의 팔에 안겨서 에밀리아의 눈을 그녀의 아빠와 같이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에밀리아는 말했다.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 없으신가요? 나짐은 자리에서 일어나 에밀리아에게로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는 영어에 서툴렀지만 천천히 문장을 옮겨나갔다, 나는 시리아에서 내 여든 살 난 어머니와 아내를 잃었습니다. 나는 조야를 위해 고향에서 계속 도망치고 있어요, 제발 조야만은 살게 해주세요. 에밀리아의 손을 잡은 나짐은 울고 있었다. 그는 그의 딸에게 닥칠지 모를 불행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에밀리아는 마지막으로 그들의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했다. 에밀리아의 카메라에 담긴 나짐의 모습은 비통했다. 비통한 표정의 나짐은 괴로웠다. 살아서 조야와 마주할 수 있을까. 어둡기만한 미래를 생각하니 조야를 안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조야는 여전히 진지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든 에밀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밤 에밀리아는 피곤에 지친 몸을 대형 여객기에 뉘었고, 나짐 부녀는 작은 보트에 긴장한 몸을 실었다. 그리스에 도착한 에밀리아는 해안도시에서 쉬며 기사를 정리했다. 나짐의 녹음은 울음 때문에 듣기 어려웠다. 에밀리아는 그녀를 바라보던 분홍색 옷을 입은 조야의 눈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아빠를 따라 도망치던 조야의 눈에는 그녀가 감히 이해하기 힘든 슬픔이 담겨있는 듯 했다.

에밀리아의 숙소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스무 명을 실은 보트가 차가운 지중해의 물살을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파도는 그 무거운 몸집을 작은 보트에 계속해서 들이 받았다. 보트는 작은 파도에도 쉽게 휘청거렸다. 보트는 너무 작아서 그들이 앉아 있을 공간조차 없었다. 그 보트 안에서 나짐은 그녀의 딸을 안고서 위태롭게 서있었다. 나짐은 이 밤이 어서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날 밤만 버티면 그와 조야에게 다른 미래가 있을 것이라 믿기에 나짐은 울고 있는 조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우린 곧 육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곳에는 조야를 환영해줄 과자들이 가득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달랬다. 조야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괴로운 항해 중 조야의 울음도 덮어버릴 만큼 큰 소리를 내며 바람이 몰아쳤다. 그동안 나짐이 봤던 그 어떤 파도보다 큰 파도가 그들을 덮쳤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보트는 한 번에 뒤집혀졌다. 나짐은 보트에 머리를 부딪치며 조야를 놓쳤다. 나짐은 조야에게 손을 뻗었지만 조야는 그 손을 잡지 못했다. 거친 파도는 순식간에 조야를 시커먼 물속으로 집어삼켰다.

에밀리아는 본부장의 문자를 받고 새벽부터 이동했다. 그녀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난민 소녀의 시체가 해안으로 밀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동하면서 돌아가는 길에 먹을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스까지 왔으니까 피자보다는 수블라끼에 가볍게 한 잔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몇 분을 달리자 하얀 모래사장에 어울리지 않게 있는 분홍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에밀리아는 차에서 내렸다. 그곳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홍색의 그것은 긴 머리를 한 작은 소녀였다. 그녀는 얼굴을 모래사장에 묻고 있었다. 에밀리아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대신 에밀리아는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셔터를 눌러야하는데 그녀의 손가락은 심하게 떨려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분홍색 옷을 입고 있던 조야.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바라보던 조야, 그녀의 아빠 나짐이 그렇게 부탁했던 그 조야가.

얼마 지나지 않아 뒤 멀리서 작게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지고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차에서 내린 구급대원들은 소녀를 들것에 싣고 그 위를 하얀 천으로 덮었다. 구급차는 사이렌을 끄고 그녀 옆을 지나간다. 소녀가 누워있던 모래 눌린 자국과 구급대원들의 발자국이 파도 몇 번에 쉬이 스러져 버린다. 에밀리아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해변에서 한참이 지나도록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 바당의 아구리 :

   
 
제주도의 방언, 바당은 바다, 아구리는 입으로 바다의 입이라는 뜻이다.
아구리는 무엇을 집어삼켜 없애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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