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이야기하지 않기

오늘 페북에서 생각지도 않던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자기가 어느 식당에 갔는데 1인에게 밥을 팔지 않는다고 해서 "이 식당 망해라"라고 했고, 다른 식당에 가서 1인 밥을 먹었다고 했다.

본인이 몹시 허기졌는데, 1인 밥을 팔지 않아 서운했다는 정도는 나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글쓴이 사회적 위치와 다루는 분야로 미루어 "망해라"라고 했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였다. 사람이 달리 보였다.

우리 사회는 말로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 식당 주인이 요즘같은 혼밥/혼술 세태에서 깊이 고민해서 결정한 방침(1인 식사 불가, 1인 포장 불가)은 타인에게 저주받아야할 일이 된다.

본인에겐 밥 한 끼이지만, 그 식당 주인은 식당 경영에서 흥망이 달린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런 기준이 싫으면 그 식당에 안 가면 그만이지, 망하라고 악담할 것까지 있을까? 
삼성이 싫으면 삼성 제품을 안 사면 그만이다. 만약 그 일로 삼성이 매출이 떨어져 회사가 위기 상황에 빠지면 소비자에 맞춰 삼성이 회사 방침을 바꿀 것이다.

언젠가 페북 어느 소설가가 음식점 위생 상태가 문제가 많다면서 많은 식당 주인들이 위생교육을 빼먹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빼먹게, 어떤 방법으로 빼먹을 수 있는지, 당신이 알거나 들은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1970년대 80년대 행정이 허술하던 시절, 전설같이 있었던 일을 마치 지금도 그런 것처럼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최근에는 알바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 없으면 문을 닫으라고 한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을 알바 두고 적당히 사장 노릇하며 탈세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눈깜짝 하면 벌써 월말이 다가와, 인건비며 재료비, 공과금, 월세를 한 번이라도 내본 사람이라면 자영업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날마다 전쟁 같은 삶을 사는지 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탓으로 돌리면 그건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 
시급 1만원을 주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중소 자영업자에게 지불 능력을 만들어주며 추진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일 매출 200만원, 월 6천만원 편의점이면 대개 알바 5명이 일한다고 한다. 카드 수수료 1%만 내려줘도 60만원을 알바에게 돌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190만원 미만 직원에게 1인당 최대 13만원을 보조한다고 직원에게 4대보험을 들게 하고는, 사장과 직원한테서 4대보험료로 각각 13만원을 왜 가져가냐?

자영업자를 악덕 모리배 장사치로 인식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싫을까? 수많은 중소 자영업자들이 한 치만 건너면 지인이고, 친척이고, 이웃이고, 지인의 친구일 것이다. 동네 식당 주인은 열심히 사는 이웃일 뿐이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많다고 하지만, 이 추세라면 늦어도 10년 안에 구조 조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망하라고 빌지 않아도 중소 자영업자가 많이 망할 것이다.

그래서 식당 같은 경우 가족들이 세습하며 만든 전문 음식, 경영이 접목된 대규모 식당에서 만든 음식, 간단히 사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음식 등으로 개편될 것이다.
그때는 식당에서 돈을 준다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약하지 않으면 밥을 먹기 어려울 것이다.

즉, 20년전 우리가 서구 선진국에 놀러갔을 때 오후 6시 이후에는 문을 연 가게가 없고, 여름 휴가에는 2~3개월 문닫는 가게가 많아 놀라기도 했다. 반대로 유럽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새벽까지 문을 연 식당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우리 나라도 앞으로 오후 3시까지 하는 음식점, 월~금만 문을 여는 음식점, 반찬 리필 한 접시마다 1000원씩 받는 음식점, 여름 석 달은 문닫는 음식점 등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 음식점에서 서비스 기준과 음식값은 식당 주인이 결정한다.

새벽 1시에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회사 근처, 집 근처에서 6천원~7천원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셋이서 찌개 2인분 14000원에 시키고, 이것저것 리필해서 결국 1인 4600원 구내식당 밥값으로 밥먹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유럽 선진국 사람들이 검소해서 고쳐 입기도 하지만, 새 것은 비싸서 사지 않기도 한다. 우리도 값싸게 흥청망청 입고 먹고 쓰던 세태가 끝나가고 있다. 그렇게 망하라고 빌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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