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숲에서 아이와 놀자

6월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더위의 여름이 시작됩니다. 여름하면 한낮의 뜨거운 태양,

 

한 밤의 모기 소리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종종 계실 겁니다. 여름철에 숲에 가는 아이들도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숲에 처음 가는 아이들은 걸으며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더워요~”, “얼마나 걸려요? 차타고 가요”, “에어컨 나오는 방에 있음 좋았을 텐데...” 등등 한 낮의 더위 속을 걷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숲에 다녀온 아이의 부모님 중에서 가끔 모기로 인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모기가 많이 물려서 힘들어 했어요”, “너무 긁어서 피다 나기도 했어요”, “밤에 다리를 너무 긁어서 흉터 날까 걱정이에요”. 부모님의 이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무더운 한 낮의 태양과 모기의 가려움을 잊고 다시 숲을 찾아옵니다. 신체적 고통은 아이들의 몫인데 심적 고통의 몫은 부모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놀이와 사랑에 빠져 있다

 

 

왜, 아이들은 덥고 모기도 물리는데 숲에 다시 올까요? 이를 이해 못할 부모님도 계실 겁니다.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 하다보면 부모님들이 이해 못할 행동들을 할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더위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열심히 흙을 파는 아이, 모기 물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하는 아이, 가방을 벗는 것도 잊고 두 시간 동안 가방을 매고 놀고 있는 아이, 놀다보니 가져온 간식을 먹지도 못하고 다시 가져가는 아이 등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빠지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너무 사랑하는 연인들이 그런 경우가 많죠. 부모들도 결혼 전엔 대부분 그러셨을 테니 잘 아실 겁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놀이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아이들은 사랑의 감정을 느껴 보기도 전에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느낌이 아닌 지식을 강조하고 관심과 생산적 시선이 아닌 휴식과 소비의 시선으로 삶의 가치가 변해버린 지금, 우리 아이들의 유년시절이 지나가고 있어 아쉽기만 합니다.

아이들의 진짜 놀이는 '불안정'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불편한 경험도 놀이의 일부가 되나 봅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기쁜 일, 화난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등 모든 희로애락을 느끼며 앞으로의 삶을 간접 경험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되는 아이에게 기쁘고 즐거운 삶만을 살게 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흐름은 기쁨과 슬픔, 명과 암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서로 순환합니다. 자연의 흐름은 생명을 가졌다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흐름입니다. 그래서 생명의 기운이 활발한 우리 아이들의 삶도 안정과 즐거움만이 아닌 불안정과 괴로움도 있다는 것을 부모들은 알고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아이들의 삶은 안정된 삶이 아닌 불안정한 삶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안정되고 고정된 것은 죽은 것입니다. 진짜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한다는 것을 놀이로 느껴야 합니다. 아이가 불안정과 불편함을 인정할 때, 그 깨우침이야 말로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큰 힘을 아이 마음속에 담게 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 힘을 얻기 위해 생명의 흐름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자연에서 온 몸으로 느끼기를 바래봅니다.

  
 자연에 갈 때 몸의 불편감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미 편리한 삶을 살고 있는 도시인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그 불편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여름의 더위와 모기소리보다 그늘의 시원함과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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