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만의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그 사망자가 상상을 초월했던 올 여름은 유별났다. 자연의 재앙은 자연으로 넘겨야 자연스러운 것일까. 이제 더위가 막을 내린다는 말복이 코앞이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는 복날의 음식을 복달임이라 하고, 말복에는 주로 복죽을 먹거나 복수제비라 하는 생선탕을 먹기도 하는데, 가장 많이 먹었던 것이 민어탕이었다고 한다. 전남 지역에서는 닭백숙에 마늘을 듬뿍 넣어 끓인 마늘계를 먹었는데, 마늘계 3마리를 먹으면 겨울에 감기가 들지 않았다고도 한다.

무더위의 막바지에 국민연금제도 개선에 관한 짜증 가득한 보도가 더위를 이기려고 쌓아온 내공에 울화가 더하는 것 같아 안으로의 열불은 물론 황당한 마음으로 반감이 극에 이르러 치까지 떨게 한다.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진화에 나섰다.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흔히 ‘아니면 말고’라는 의미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할 때 쓰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정부가 그랬기에 더욱 큰 공분을 사고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악수(惡手)를 자초했다. 어려운 살림에 주머니를 탐하는 돈에 관한 그 어떠한 것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민심을 모르고 행했을 리가 없다는 상상(?)에 이르면 열불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면 말고의 한가운데에는 안타깝게도 아주 음험한 노림수를 바닥에 깔고 꼬이면 거두어들이고 아닌 척한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의도를 알고 나면 더욱 괘씸해지고 헛된 감정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공분을 산다. 그 주체가 공권력을 이용하여 일을 그르친다면 더욱 심각하고 어렵다.

우리는 아니면 말고의 피해자를 자주 보고 만나게 된다. 몇 년 이상을 누명을 쓰고 인생을 탕진하게 된 법적인 오판을 비롯해 잘못 과세된 세금 징수 후의 멋쩍은 해명과 신청에 의해서만 환불해주는 과세제도도 그 부류에 속한다. 시간의 행로는 일회성과 회복 불가능성에 특징이 있어 엄중하다. 그것이 생명을 담보해야 할 경우라면 오죽하랴.

학자들의 일설로 공권력이 강한 나라는 후진국이라는 것을 이쯤에서 떠올려보는 심사가 자못 괴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악한 공적 제도도 그래서 합의에 의한 사전 동의가 중요하고 필요한 경우다. 더구나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은 부담의 주체가 국민이다.

개인이 철저히 관리할 것을 공적 부조이라는 미명하에 공권(公權)으로 강제한 국민연금제도를 자주 바꾸고, 문제는 정부가 잘못을 저지르고 국민에게 해결을 전가하는 수준 낮은 행태를 자행하는 것은 우롱을 넘어 기만이다. 사기죄라는 것이다.

올 여름을 돌아보면 다가올 겨울은 더욱 추위가 맹위를 보일 것이다. 말복에는 마늘계로 철저한 대비를 하여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다시는 ‘아니면 말고’의 사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싶은 생각이 과연 나만의 안쓰러운 환상이기를 그럼에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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