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토) 오후 2시, 부천 송내어울마당에서 아프리칸댄스 무용수 권이은정(한국, 38,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 대표)과 다니엘 아히폰(베냉, 31)의 특별한 결혼 파티가 열린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여름, 아프리카 춤을 추는 무용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길 꿈꾸는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국제무용학교 에꼴데사블(Ecole des sables)에서 였다. ‘체구는 작지만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 어떤 무용수보다 강렬했던 남성’, ‘동양인인데도 마치 현지인처럼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춤을 추던 여성’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회상했다. 서로의 움직임에 반해 사랑에 빠진 두 무용수는 신랑의 나라 베냉에서 먼저 혼인식을 치르고 한국에 들어와 함께 둥지를 틀었다.

▲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치른 혼인식 장면

춤으로 만난 사이니만큼 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기다리던 아이가 생기자 만삭 때까지 태교를 겸한 댄스 강의는 물론이고 출산하는 날까지도 춤을 멈추지 않았다. 양수가 터져 팔에는 항생제 주사를 꽂은 채 부른 배를 붙잡고 활짝 웃으며 신랑과 함께 베냉 댄스 소요요(Soyoyo)를 추는 영상(https://instagram.com/p/BieN2FIl7Ab/)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만삭댄스로 화제를 모았던 인스타그램 영상의 한 장면

한국에서 여는 결혼식 역시 춤이 계기가 되었다. 매주 아프리칸댄스 수업을 강의하며 인연을 맺은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 <나래>에서 전통혼례와 마을 잔치를 제안한 것. 언제부터인가 결혼이 아는 사람끼리만 모여 축의금을 건네고 밥 한 끼 먹으며 끝나는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한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대로 된 잔치 문화를 다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여오고자 하던 <나래>의 계획과 두 사람이 생각하던 파티가 꼭 맞아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주민 누구나 적극적, 능동적으로 참여 가능한 이 특별한 결혼파티를 기획한 <나래>의 조윤령 관장은 "사회가 개인화, 자본화가 가속되면서 점차 퇴색되어 가는 잔치 본연의 풍경을 되찾고자 이런 결혼 파티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하루만큼은 혼인을 빌미로 여러 사람이 흥겹게 춤추고 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잔치를 벌여보자는 것이다.

파티는 전통풍물예술단 '창작연희그룹 백희'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서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인 젬베, 둔둔, 발라폰을 연주하는 부르키나파소 출신 실력파 뮤지션들의 라이브 음악에 맞추어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신랑, 신부의 춤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공연(춤과 음악)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페인팅, 서아프리카 전통의상 및 악기 체험, 세계전통놀이체험 등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으며, 한 켠에는 두 무용수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서아프리카와 한국의 결혼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획전시가 펼쳐질 예정이다. <나래>의 아프리카 문화사업 내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색적인 축제의 즐거운 난장판을 기대한다면 들려봐도 좋다.

송내동 마을축제 ‘어울나래’는 문화다양성 인식 확산을 위한 2018 무지개다리 사업 ‘부천다양성 다다’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부천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송내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문의는 032-656-8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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