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
지난 8월 6일 대전에 있는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던 23세의 대학생이 작업중에 감전을 당했고, 투병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군 복무를 마친지 2개월정도 된 그는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위해 폭염속에서 고된 노동을 했습니다.
무척 더웠을 것입니다. 사고가 난 현장은 레일 3개당 선풍기가 1대씩 설치돼 있을 정도로 냉방시설도 취약했다 합니다. 살인적인 폭염 속에 고된 노동을 해야 했던 그는 전기가 통하는 공정에 윗옷을 입고 있지 않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감전사고에 대한 예방교육도 진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자신의 안전을 지킬 방법을 교육받지 못했던 그는 결국 참담한 사고의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안전상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관련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그런 것 들은 지켜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책임도 통감하고 있고, 안전시설도 개선할 계획이라 답 하지만 시간은 되돌아 올 수 없습니다.

행복을 위해 찾는 위험한 일터
노동자들은 회사에 가서 일을 합니다.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일을 하고 임금을 받지요. 한 달 동안 힘든 일을 하면서 받은 그 임금으로 부모, 자녀와 자신의 삶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누가 나에게 왜 돈을 버느냐? 라고 묻는 다면 저는 행복하게 살기위해서 라고 답 합니다. 세상 누구도 행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노동자는 그 삶을 위해 일을 합니다. 그러나 행복하기 위해 나간 일터는 참 위험한 곳입니다. 다치고, 병들고, 심지어는 죽기까지 합니다.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안전보건공단의 통계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89,848명이 산재를 당하고, 그중 1,957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5.36명이 노동재해로 사망하고, 하루 240.7명이 부상이나 질병의 재해를 당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이들 중에 상당수가 비정규직입니다.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사건사고들을 보면 대부분은 비정규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위험한 일, 어려운 일, 안전을 준수하는데 비용이 들어가는 많은 일들이 싼 값에 하청화 되는 현상이 계속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주 손쉽게 위험을 외주화 하고 있는 것 이지요. 낮은 가격에 외주화 되는 상황 속에 규정은 지켜질리 없고, 노동자의 안전은 아주 쉽게 무시됩니다.

산재를 산재라 부르지 못하고
정부통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것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산재신청까지 이르는 경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산재신청을 기피하고 ‘공상’처리 하는 경우가 많고, 회사와의 관계, 불안한 고용, 기타 다른 이유 등으로 산재 신청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은폐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이런 것들까지 합친다면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 짐작이 가능합니다.
행복하게 살기위해 일하러 나갔다가 다치고 아프고 죽기까지 하는 일, 한 두 명도 아니고 일 년에 수 천 명, 도대체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 걸까요?
세계적인 통계를 비교해 봐도 한국의 산재율은 높은 편입니다.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독일의 산재보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노동자 10만명 중 1.6명이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독일 노동자는 한국 노동자와 비교할 때 일하다 사망할 위험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작업장 안전 문제에 엄격한 독일과 그렇지 못한 한국의 차이겠지요.

작업자의 주의만 강조하는 안전
한국은 어떨까요? 다양한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현장의 눈초리, 각종 안전조치와 규제를 거추장스러워 하며 노동자의 안전을 자본의 이익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만연합니다. 노동자는 당연히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앞에서는 말하면서도, 일터에는 노동자 스스로 조심하라는 경고만이 가득합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작업자의 안전불감증’을 탓하곤 합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데 개인의 주의와 집중력만을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그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노동이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 아닐까요?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일하러 나가서 죽는 일, 이제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