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향식님은 20년도 넘은 지기인데, 지금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전도사를 자처하고 활동하면서, 내게 IB 연구보고서를 보내줬다. 
이 연구보고서는 이혜정 소장(교육과 혁신 연구소)이 서울시교육청 지원을 받아 IB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프린터로 뽑아보니 에이포 390장이나 되었다. 일요일 하루 날잡아 하루종일 읽었는데, 막히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왜냐면 IB가 지향하는 학습자 주도 수업, 서술형 논술은 내게 아주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20년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동료 교사와 "학습자 주도 수업"을 시도하였다. 그때 우리들은 수업 여건 최악 3조건에서도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수업"을 해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최악 3조건이란 교사는 사범대를 갓 졸업하여 학생을 통제하기 어렵고 교수 능력이 낮으며, 학생은 학습 수준과 열의가 저조한데 한 교실에 50명이 넘는데다가, 교실에는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컴퓨터 또는 교육기자재가 전혀 없이 칠판만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때 그 열린수업에 참여한 여교사가 한 학년을 끝내면서 "나는 앞으로 대한민국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도 행복한 수업을 할 수있다"고 표현하였다. (그때 성과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IB연구보고서를 읽으니 지금 이 시점에서 IB의 본질을 나만큼 잘 이해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구보고서를 보내준 성의에 보답하려고 3회에 나눠, 내가 연구보고서를 읽고 이해한 IB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IB 도입 결과를 먼저 알고 싶으면 3회를 읽으면 된다. 이 글 맨 끝에 있는 현행 공교육 부작용을 뒤집어도 된다.)

우선 이 연구보고서를 다 읽고난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나라 공교육에 이 IB를 도입하면 교사, 학생, 학부모, 대학이 행복하겠다는 것이다.

IB를 도입할 가능성은 반반이나, 제주도와 충남, 대구 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IB 도입을 검토한다니 성공쪽으로 갈 것 같다.

IB를 이해하려면 일단 우리나라 대학 입시부터 알아보자.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12년 공교육 결과가 대학 입시로 연결된다. 그래서 대학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초중고 공교육이 좌우된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2) 학교생활기록부(내신) 
- 교과와 비교과로 나눈다. 교과는 학업성적을, 비교과는 각종 생활상을 기록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대입시에 교과와 비교과를 모두 반영하는 방식이다.
3) 논술 - 인문사회와 자연계로 나눈다.
4) 면접 -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5) 특기자 전형 - 어학, 과학 특기자 외에도 대학별로 다양한 특기를 인정한다.
6) 특별 입학 - 외국인 특별 입학, 국가유공자 자녀 입학, 농어촌 학생 특별 입학 등 다양한 예외를 인정한다.

대학에 따라 한시적으로 입학사정관 제도를 운영하여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다루기도 한다. 
특기와 특별을 제외하고 가장 보편적인 학생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면 수능, 내신 성적, 학종, 논술(면접)을 잘 조합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초중고 학생이 서로 경쟁하여 최고, 최상 결과를 얻은 학생만 대학에 입학하고 나머지는 인생 실패자로 간주되기 쉽다.
2) 초중고 학습이 대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국가 개입이 지나치다.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평가도 국가가 주로 주도하며 공정성, 타당성 때문에 지식 암기에 초점을 맞춘다.
3) 공교육 교육 과정이 왜곡되어 영어포기(영포), 수학포기(수포)라는 말처럼 학생이 어느 교육과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4) 공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많아,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 부모 재정 역량이 곧 학습 성과로 나타난다.
5) 교사, 학생, 학부모, 대학, 사회가 과도한 경쟁으로 에너지 소모가 크고 모두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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