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는 바칼로레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논술 시험이거나, 또다른 입학 전형의 한 종류로 알기 쉽다. 그러나 IB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시스템이며 커리큘럼이다.

그래서 IB를 초중고에 도입하자는 것은 현행 교육판을 갈아엎자는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은 단시간에 IB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동안 혁신학교 혁신수업을 통해 IB식 학생 주도학습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IB를 제대로 이해하면 혁신학교 교사들이 만세를 부를 것이다. 현행 혁신 수업 결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자기 제자들이 하버드, 옥스퍼드에 들어갈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IB 도입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 것이다. 현교육판을 갈아엎었으면 좋겠고 교사들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췄는데, 정부가 그럴 의지가 있겠냐는 것이다. 다행히 고무적인 것은 지역교육청이 발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논술 또는 학종이 위에서 아래로 강요한 것이라면, IB는 지역 교육청과 교사 학생이 먼저 받아들여, 대학과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IB가 교육 현장에 도입되었을 때를 가정하여 IB 본질을 짐작해보자.

1) 교사의 변화
교사는 학습에서 보조자가 된다. 교실에서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며 교사는 학생을 거들 뿐이다.
교사는 주어진 교과서를 낱낱이 다 가르칠 필요가 없다. 어느 특정한 부분에 집중하여 학생을 도와 발표하게 하고, 보고서를 쓰게 하며, 내외부 평가를 준비하게 한다.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정도에 따라 잘되면 교사는 모든 잡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수업만 할 수 있다.

2) 학생의 변화
학습 과목이 6과목으로 줄고, 다시 기본과 심화 과정으로 나누어 단계를 밟아 학습할 수 있다. 친구는 경쟁자가 아니며 협력자이다. 공교육에서 낙오자, 포기자라는 것이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매달려 학습하며, 모든 질문과 발표가 허용된다. 학습 과정에서 주도자가 되면서 인격체로 성장한다.
공교육에서 얻은 IB 결과를 제출하여 국내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3) 학부모의 변화
공교육에서 학교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입시때문에 돈 쓸 일이 전혀 없다. 가령 천재이거나 둔재같이 특별한 학생의 보호자도 자녀를 위해 국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4) 대학의 변화
현행 수능과 논술이 필요 없다. 각 대학별 입시가 없어지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얻은 IB 교육 결과를 반영하여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특별하게 뽑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그런 전형기준만 공고하면 된다.

5) 사회의 변화
수능과 논술을 준비하는 사교육 시장이 사라진다. IB 도입 초기에는 학생들의 수행평가와 IB 논술형 서술형 평가를 대비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IB가 자리잡아가며 점점 수요가 줄어들다가 없어질 것이다.

6) 정부의 변화
정부는 IB를 도입하며 학교와 교사를 다시 정의하게 된다. 현행 학교는 각종 사업을 유치하여 진행하는 사업장이다. 
즉, 현재 초중고 학교장은 보육원장이며, 복지센터장, 야간독서실 원장, 도서관장, 급식소 대표, 체육관과 수영장 책임자, 청소년 선도위원회장, 지역 평생교육원장 노릇 등을 하고 있다. 이게 학교냐?

이제 IB가 조금 이해될 것이다. IB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커리큘럼으로 초중고 공교육 시스템을 가리킨다. 50년간 다듬어지고 검증된 공교육 시스템이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50년 검증된 공교육 시스템으로서, 초중고 커리큘럼에 일관성을 지녔으며 대학 교육과 연계되어 어느 국가가 교육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2) 가르치고 배우는 학과목을 줄여 교사와 학생이 좋아하는 곳에 집중하게 한다.
3)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며 모든 평가를 서술형, 논술형, 레포트 등으로 평가한다.
4) 내부 평가 외에 외부 기관이 학습 결과를 평가하며 절대 평가이다.
5) 그 평가 결과를 토익과 토플처럼 국내외적으로 인정하고 인정받아 국내외 대학 입학 때 활용할 수 있다.

# 연구보고서에서 옥의 티

1) 연구자들이 IB를 "평가체제"라고 표현하여 일반인들에게 IB를 시험으로 오인하게 한다. 새 논술 시험을 도입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IB는 교육과정이다. IB를 도입하자는 것은 현행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논술형 평가를 지향하고, 초중고 공교육을 살려 대학까지 연계하자는 것이다.

2) 4차산업 시대를 맞이하여 IB를 도입하자는 말은 뺐으면 좋겠다. 
IB 역사가 이미 50년이라고 하는데, 1960년대는 정보화 시대라는 말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그때 벌써 공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수업을 꿈꿨다. 4차산업 시대에 발맞춰 IB 교육을 하려 한 것이 아닐 것이다.

3) "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을 하자"는 말이 불편하다. 
누가 꺼내는지? 아마 "암기식 교육에서 창의를 발휘하는 교육으로"라는 뜻인 것 같다. 차라리 "교사주도교육에서 학생주도교육으로" 또는 "학생과 교사 모두 행복한 교육으로"가 더 적절하겠다.

4) IB 도입 여부에 국가 흥망이 달린 것처럼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IB를 도입하여 자리를 잡아 교육 구성원들이 행복하면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IB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IB 없이도 현행 한국 교육에서 수능과 본고사 제도를 없애고, 고등학교는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하고, 대학은 고교를 믿고 학종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해도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희망자를 다 입학시킨 뒤 서구처럼 대학에서 졸업전 절반 이상 탈락시켜도 된다.

5) IB 서술형 논술형 평가라고 소개하였으나 채점 기준표가 없다. 
예시 답안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어떤 문제를 학생이 서술형 논술형으로 어떻게 대답하였으며, 그걸 교사가 몇 점을 주었고, 그렇게 채점한 기준은 이렇다고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IB에서 주장하는 채점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이해하기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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