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촌에 가면 옛날 복장을 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그분들은 월급을 받으며 현대인에게 옛 생활상을 보여주려고 옛날 복장과 삶을 재현하는 분들입니다.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구경거리로 사는게 힘들 겁니다.

그 탓인지 최근 어느 지역에선 그런 사람들 없이 생활상만 1960년대 골목길과 학교, 만화방을 구현해놓고 테마파크라 하더군요. 추억을 팔아 관광객을 유치한답니다.

그런 식이면 우리 도시가 50년 뒤에는 그리운 곳이 될까요? 후손들이 지금 이 공간을 정겨운 추억으로 받아들일까요? 아파트촌, 대형 백화점, 산업단지가 5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추억될까요? 우리들 삶에서 후손들이 어떤 품격을 느낄까요?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에는 중증 치매 노인 150명이 모여 삽니다. 마을로 드나드는 문을 통제하는 것 말고는 다른 평범한 마을과 같습니다. 이 마을 주민인 치매 노인들은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고, 마트에서 물건을 삽니다. 물론 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그 미용사와 마트 직원이 알고보면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250명 중 한 명입니다.

트루맨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트루맨을 빼고, 마을 사람과 동료 심지어 부모와 아내조차 연기자였지요. 호그벡 마을에서는 치매 노인들만 빼고 모두 치매 환자 도우미인 거죠.
치매 노인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일상 생활을 보장하되,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은 일꾼들이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 치매 노인들은 약물을 줄이고 일상처럼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한답니다.

우리는 따로 만들지 말고 지금 사는 이곳에서 그 호그벡 마을 주민처럼 살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 도시 구석구석에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 어려운 이웃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치채지 못하도록 너도나도 마트 직원으로, 시의원으로, 택시 기사로, 건물주인으로 살면서 그 사람들을 돌보는 거죠.
장애인들이 눈치채면 안 됩니다. 공무원과 건물주인은 이 땅에 와서 맡은 임시 배역이지, 그 지위와 재산은 자기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에 교사 배역을 맡았는데, 지금은 음식점 사장 배역을 20년째 맡아 부천 호그벡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이 도시에서 자기가 맡은 배역에 충실하게 살면서 매일 만나는 이웃과 깔깔 대며 웃고, 같이 삽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날마다 사는게 너무나 행복한 겁니다.
그래서 지금 생활을 50년 뒤에 돌아봐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보고싶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후손들에게 그런 품격 있는 민속촌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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