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시장을 모두 공직자라 칭해도 무방하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시험을 통과했는가와 투표를 통해 선출 되었는가는 다른 경로라고 볼 수 있다. 공직이 물론 관청이나 공공단체의 직무를 말한다면 범위는 넓지만 모두 시민을 위한 대행업무라고 보아도 크게 본질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 과거를 통한 공직자의 윤리를 우리는 유교적인 관습으로 받아들이고 평가의 한 방편으로 삼아왔다. 때문에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를 마련하고 이를 목민관의 지침으로 여겨왔음을 알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OECD도 1998년에 윤리관의 원칙을 마련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등도 공무원 강령을 마련하여 공직자의 행동 지침으로 삼고 있다.

공직자와 부합하는 단어로는 가장 먼저 청렴(淸廉 : 마음이 맑고 욕심이 없음)이나 청백리(淸白吏 : 청렴결백한 관리)를 떠올리게 된다. 더 구체적으로 이상적인 공직자상으로 수기치인(修己治人 : 자신을 수양한 후에 남을 교화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위한 관리의 전통적 8가지 덕목을 열거했으며, 다시 수기를 위한 지침으로 청백, 근검(勤儉), 후덕(厚德), 경효(敬孝), 인의(仁義)를, 치인의 지침으로는 선정(善政), 충성(忠誠), 준법(遵法)을 제시하였다.

다시 살피자면 수기는 공직자 자신을 향한 내적인 자기 수련이고, 치인은 시민을 향한 자기 연찬이다. 좀 더 깊이 따져보자면 공직자는 끝없는 자기 연찬을 통한 완성으로서의 자격을 자추어야 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엄중한 공적인 자리인 것이다.

오늘 우리 부천시민은 공직자들의 민낯을 시장과 그 이하 공무원 간의 소통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장과 공무원의 위상이 시민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 간의 명분과 책임성의 문제를 놓고 벌이는 다툼이 가관이다. 그들만의 열린소리마당(열소)은 그간의 작고 사소했던 소리(?)들이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제는 견디고 버티기가 버거워 노출시키고 공론의 광장으로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시장으로서는 공무원들의 열린 소리가 범죄에 근접하고 소양이 부족하며 타인(그들 서로간의)에 대한 비방이고 외부로 유출되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시장으로서의 입장을, 공무원 노조는 업무를 통한 애로사항과 불합리를 말하고 토론을 보다 자유롭게 해보자는 취지로 쓴소리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하소연이었다는 입장이 반목과 갈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실명제(實名制)다. 실명제는 특정한 공간에서 활동할 경우에 자신의 실제 이름을 드러내게 하는 제도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언행에 임한다는 것은 가장 먼저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신중해야하고 분명해야하고 타당해야 언행에 나설 수 있다. 때문에 치인의 지침이 선정과 충성과 준법으로서의 공직자의 덕목이다. 수기치인의 중심엔 신뢰가 기둥이고 근간이다. 그들 내부의 시장은 선정을 이유로 불편의 공무원이 있고, 공무원은 자신들의 불신 대상에 시장이 있다. 하여 드러난 민낯은 그들 간의 신뢰의 붕괴이기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시민의 격은 공직자의 격을 넘을 수가 없는 것일까. 시민 봉사자로서의 불통인 공무원을 믿을 수도 없다면 이제 시민의 몫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왜 지금에서 돌아봐야 하는지도 한없이 참담하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