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이하 민자고속도로)는 부천과 지독한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부천시민의 식수원이 있는 작동산에 들어서는 동부천IC가 산림과 녹지를 훼손한다더니, 이제는 지하 터널공사 구간이 예정된 고강동, 역곡동, 괴안동 주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고강동과 괴안동 주민은 대책위를 구성하여 민자고속도로가 지나는 항동, 광명, 강서 주민공동대책위와 함께 10월 13일 청와대 앞에서 민자고속도로 전면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집회를 앞두고 유선미 고강동 대책위원장을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강동 대책위가 꾸려진 과정은?

지난 5월 23일 고강아파트만을 대상으로 민자고속도로 주민설명회 시도가 있었는데 듣다보니 너무 황당한 거예요. 고강아파트가 오래된 건물인데 바로 그 아래에서 지하터널을 뚫기 위한 발파 작업 등을 한다는 거죠. 주민의 안전과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대책도 없이 말입니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 고속도로 지하터널 구간에 있던 인천 삼두아파트가 발파작업 등으로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기우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일이 있었잖아요. 그런 일이 부천에서 다시 재현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거죠. 다우기 지하터널 구간에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고리울초등학교도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운영위원회에 알려서 학부모, 입주자대표, 주민자치위원 등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민자고속도로의 문제를 고강동에서 처음 제기했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대책위원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밖에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지상에 건설되는 동부천ic에서 다시 지하터널이 시작되는 지점이 고강아파트와 50미터도 안돼요 아파트 안전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터널의 진입부터 진출부분까지 환풍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예요. 터널 내 오염 공기를 입구와 출구쪽으로 강제 배출한다는 거죠. 그 오염물질을 모두 고강동 주민들이 먹는단 거예요. 머리 위 항공기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도 모자라라서 자동차 매연, 미세먼지, 분진까지 더한다니  화가 더 나는 거죠. 그리고 고리울초등학교는 터널 발파 등 공사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크지만, 수주초등학교는 고속도로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와 분진 등 대기오염과 소음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어요.

민자고속도로가 지나는 부천의 모든 구간에 대책위가 꾸려졌나요?

지금 고강대책위, 괴안.소사대책위, 동부천ic대책위가 있는데 역곡대책위는 아직 없어요. 역곡 동곡초등학교도 지하터널 구간에 들어가 있어서 지금 동곡초 학부모님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어요.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처음 민자고속도로 얘기가 나올 무렵 고강동은 뉴타운지역 이였어요. 고강아파트나 고리울초등학교는 이주 대상 이였거든요. 그런데 뉴타운이 취소되면서 이제야 문제가 된 거죠.
고강동은 부천에서 소외받고 낙후된 지역이라 인구 이동도 많고 전월세 비중도 높아요. 그러다보니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게 많이 힘들어요. 예전에 항공소음피해 문제 때는 고강아파트 주민들이라도 똘똘뭉쳐서 성과를 이뤄냈죠. 그런데 그때와 달리 지금은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다보니 더 힘든 거 같아요. 항공기소음은 매일 접하면서 피부로 문제를 느꼈는데 민자고속도로 문제는 아직 아니잖아요. 막상 터널공사가 진행되고 발파 소음과 진동, 지하수 유출에 따른 씽크홀 발생 등이 일어났을 땐 이미 늦어버리죠.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동부천IC 문제를 제기하신 한원상 대책위원장님이나 항공기소음피해 대책활동을 하셨던 분들 그리고 항동, 광명, 강서지역 공동대책위 분들이 계서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 r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공동대책위원회 지역별 대표들이 항동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에는 생업과 육아에 매달리다보니 마을일에 많은 관심을 두지 못했던 소시민 이였어요. 사실 동부천IC가 민자고속도로인 것도 몰랐어요.  그저 까치울초등학교 통학로 옆에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생긴다는 게 좀 의아하고, 대책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참 힘드시겠구나 하는 정도였지요. 그게 내가 살고 있는 고강동의 문제인줄은 생각도 못했죠. 문제를 알리고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마을과 지역에 대해 좀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고, 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게 바뀐 거 같아요.

대책위에서 요구하는 바는?

저희가 주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민자고속도로의 전면 폐지나 전면 재검토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면한 문제는 10월 30일에 착공계획이 잡혀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당면 요구는 주민의 안전과 의견을 무시하는 강행하는 공사 착공을 연기 해달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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