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어머님이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하교 시간에 아이를 만나려 학교에 갔는데 어쩐 일인지 평상시 열려있던 후문이 잠겨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오다 이 사실을 알고 어머님의 아이는 멀리 정문으로 돌아서 가자고 하고 같이 온 친구는 넘어가자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의 고정적 사고에 답답해 하셨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그 후문은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을 수 있는 허리보다 살짝 높은 낮은 문이었다고 합니다.

숲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대장님. 저…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그래? 그럼 저기 우거진 나무 뒤에 가서 하고 오렴”
“….”
“왜? 무서워?”
“아니 그게 아니고 화장실에서 하고 싶어요”
“왜? 여기서 해도 괜찮아. 화장실에 꼭 가야 하는 이유라도 있니?”
“….”

 

“같이 가주면 될까?”
“아니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결국엔 아이와 가까운 숲이 아닌 멀리 있는 숲 밖의 화장실에 갔습니다. 아이들과 숲에서 지내다 보면 꼭 겪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리현상! 누구나 언제나 생리현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마다 그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은 다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갈 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주변의 상황을 보고 학습하며 배워나갑니다. 보통은 부모, 친척,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으로 배워나가는데 그 중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어린 시절에는 부모와 같은 어른입니다. 그러던 것이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친구를 통해 많이 배우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면 마

 

지막엔 책이나 여행 등 자신의 경험으로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이나 여행 등 학습이 부족하고 자신에게 너무 몰입하면 융통성 없는 어른이 되겠지요.

  지금 우리 어린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춘 것 같이 느껴집니다. 어른과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느낌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복습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화장실에 가고 싶은 신체의 욕구가 있고 해결방법이 가까이 있는 데도 기존의 학습된 경험만이 옳은 것처럼 행동하는 친구들을 마주하면 답답하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생깁니다. 자신의 욕구보다 사회와 문화의 욕구에 순응하며 자신의 감정을 침해당해도 저항하지 못하는 아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지요.

 인문학자 고미숙은 책과 여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과 설천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고 그 배움을 통해 시간, 공간, 경험, 정신이 확장된다고 했습니다. 그 확장된 사고로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삶에 규칙을 준수하는 준법정신과 예의범절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율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범위는 도시의 범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더 거대하다는 것을 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류가 만든 법칙은 자연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율성, 창의성, 자발성, 통합성 등등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방향도 자연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법칙을 알려 주시고 싶으신가요? 도시에 살더라도 자연은 도시 곳곳에서 인간과 함께 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만들고 아이와 시선을 맞춰 허리를 낮추기만 한다면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에 숨어 있는 무한한 법칙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풍요로운 가을에 아이와 함께 자연의 법칙을 느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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