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잠을 설쳤다. 오늘 콩시루 회원들과 정동 바다 부채길로   공정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정동진은 해마다 연말, 새해가 되면, 해맞이 하러 사람들이 구름 떼로 몰려드는 곳이라 과연 어떤 곳일가 상상만 했다. 몇 년 전 나는 친지가  강릉에 거주하고 있어 가깝게 있는 참소리   에디슨 과학박물관과 오죽헌, 경포대 바다를 구경했다. 하지만 오늘 가는 정동진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되고 설레였다. 강릉은 최근 평창과 더불어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도 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도시이다. 강릉의 대표 먹거리는 활어회, 초당두부, 대구머리찜, 감자옹심이, 사천과줄 등이 있다.  무엇을 먹을까 상상하니 벌써 침이 넘어가고 있다.

정동진까지는  다소 먼 거리라 서둘러 출발했다. 오늘 일정 안내는 그동안 공부하고 체험한 것을 기본으로 강릉이 고향인 이영희 콩시루 회원이 맡았다.  첫 번째 코스인 강릉 중앙시장 까지의 거리는 3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 긴 시간동안 버스안에서 강원도와 특히 강릉에 대해 상세하고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원도는 월정사, 상원사 등 유명 사찰과 소금산, 출렁다리 등 비경과 맑은 공기 또 푸른 바다가 혼재 해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이러 저러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강릉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강릉대도호부 관아 건물이 보였다. 배흘림 기둥 양식을 가진 고려 시대 건축 양식의 건물이다.1927년에 멸실되어서 2006년에 재건한 건물이다.

강릉 중앙성남 전통시장에서 먹방투어를 하다
 드디어 강릉 중앙성남 전통시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회원들에게 시장 투어와 점심식사를 각자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1시간 30분의 자유 시간을 주었다.
시장 입구엔 월화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폐철도 구간을 공원, 문화이벤트 광장, 스카이워크 보행교 등으로 조성하여 문화 및 휴식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 부천에도 페소각장을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먹방 투어를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호떡, 닭강정, 꼬치, 어묵 등 먹거리 구역과 건어물 구역, 가마솥에 끓이는 소머리 국밥집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도심의 시장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 했다. 닭강정 파는 곳 앞에 시식 코너가 있었는데 소심해서 차마 먹어보지 못 했다.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권하지도 않았고, 먹으면 사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더 맛있는 것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이 곳  저 곳을 헤맨  후에 감자옹심이와 감자전을 곁들인 점심 식사를 했다. 강릉 중앙성남 전통시장에서는 시장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코다리 이야기'도 발행되고 있었다.

커피거리, 안목해변을 거닐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두 번째 코스인 안목 해변으로 서둘러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이영희 회원이 안목 해변이 커피 거리로 조성되기까지의 스토리를 설명 해 주었다. 원래는 커피 자판기가 즐비하게 늘어서서 유명했던 곳인데, 지금은 발전 해 크고 작은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커피를 주제로 한 커피축제가 매년 10월에 열리고 있다.

 안목 해변에 도착 해보니, 덥지도 않고 시원하니 참 좋았다. 푸른 물과 파란 하늘이 도화지 위에 색깔을 칠 한 듯 아름다웠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사진도 찍고 조개를 주워 보기도 했는데, 아이들 몇 몇은 물속으로 들어가기 까지 했다. 아이들을 보며 순간 나도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여벌옷이 없기에 참아야만 했다.

 


안목해변엔 듣던데[로 커피집이 많았다. 커피값은 결코 싸지 않았고, 대기업의 커피 전문점들도 꽤 많아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커피숍 같기도 했다, 다만 탁 트인 건물위에서 바라보는 일렁이는 파란 바다를 보는 것은 정말  좋았고,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면 유명 호두파이 파는 곳에 가고 싶었다.

해변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자동차 때문에 매연과 보행로가 침해당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쓰레기통 주변엔 일회용품들이 쌓여 가고 있는 것을 보니, 환경에 관한 걱정이 되어 마냥 유쾌하진 않았다.
우리는 가족들에게 줄 커피콩, 빵, 호두과자를 사 들고 다음 목적지인 오늘의 하이라이트 정동 심곡 부채길로 향했다.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지역인 정동 심곡 바다부채길

안목해변에서 출발한 지 20여분이 지나 도착한 부채길로 향하는 길은 해안가 절벽에 있는 배모양의 휴양지(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이었다, 우리는 모두 두 번 놀랐는데, 한번은 썬크루즈 리조트 건물 모양이 예뻐서, 두번째는 너무 비싼 주차비 때문이었다. 썬크루즈 리조트는 야자수와 바다가 있어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하니, 기회가 되면 가족과 꼭 함께 오고 싶다.

부채길의 이름은 소설가 유순원이 정동진의 부채끝 지명과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라 명명하였다 .그 동안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만큼 천혜의 비경을 선사하는 신비로운 관광지이다. 그리고 이 곳은 2천 300만 년 전의 지각변동을 관찰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지역이다.


우리는 드디어 해안가 절벽을 따라 길게 꾸불꾸불 놓여진 계단을 걷기 시작했다. 발아래로는 파도가 일렁이고 바위엔 다닥다닥 수없이 많은 고둥이 붙어 있고, 반대 편 한쪽 절벽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부추, 작은 향나무가 손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 비켜 갔다. 길이 좁고 뒤에서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어서 여유있게 천천히 감상할 수 없었다.

 

이 곳 탐방로에선 철로 만든 보행로와 계단으로 작은 구멍이 나 있어 구두를 신으면 굽이 끼일 수도 있어서 위험하니 꼭 운동화를 착용하고, 바닷가라 바람이 세서 따뜻한 옷이 필요하다.
부채길의 탐방로는 총 2.86km이며, 성인 걸음으로 70여분이 소요 된다. 탐방로 지나는 길에  투구 바위가 있었는데, 보는 위치, 거리에 따라 모양이 변화무쌍하고 강감찬 장군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이어서 부채 바위를 지나고, 곧 이어 전망 타워에서 보는 바다의 비경은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가슴이 시원 해 짐을 느꼈다. 가장 오래 머물러 사진을 많이 찍은 곳이었다.

정동 심곡 바다 부채길 등대

바다부채길에서는 음주및 자연환경을 훼손하면 안 되는 것은 물론 동식물 채집, 토석채취 및 애완동물의 출입도 금지되어 있다. 우리가 진행하는 공정여행의 취지와 맞아 떨어지는 여행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하겠다. 아이들에게 쓰레기만 유산으로 물려 줄 수는 없지 않은가?

탐방로를 내려와 심곡항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부천으로 향했다. 모두 몸은 피곤하지만, 좋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미소가 편안 해 보였다. 이번 여행에는 콩나물 신문사 박상래 이사장님이 참여하셔서 우리 회원들의 사진을 멋지게 찍어 주셨는데,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사 주셨다. 모든 피로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이번 공정여행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다. 사람이 편하려고 만든 많은 것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해가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 앞에선 사람은 아주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또다시 깨달았다.

여행 내내 많은 것을 얘기 해주고 가이드 해주신 이영희 선생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사진 찍어 주신 박상래 이사님, 여행 일정 같이 준비 하신 콩시루 회원님들, 좋은 분들과 무사히 사고 없이 즐겁게 잘 다녀올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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