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의 이름은 ‘더불어 숲 반’이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들이 옹기종기 모이면 그 안에 여러 생물들의 삶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모여든 다양한 생물들을 통해 숲은 더 다채로운 모양과 크기의 식물들로 풍성해진다. 한 생물의 성장과 죽음이 다른 생물의 탄생과 성장으로 이어지고 순환된다. 숲은 더불어 살아가며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가 되는 공생과 상생의 현장이다.

  대안 교육의 현장에도 다양한 삶의 경험과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모르는 지식 또는 기술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기 보다는, 자기 삶의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함께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 ‘무슨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앞서 내 삶을 되돌아보며 ‘이 시기에 필요한 배움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먼저 하게 된다.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교사의 배움이 있어야 아이들의 배움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교실에서도 숲 속 생물들 사이의 순환이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여기에 대안 교육 현장은 부모들의 고민과 성찰이 더해지기에 한껏 도전적이며 창의적일 수 있다.

 

 

‘더불어 숲’반의 프로젝트 수업은 ‘평화기행’이다. 올 해는 제주4.3항쟁 70주년이면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이 민간인 학살을 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 두 가지 사건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평화란 무엇이며, 왜 평화가 필요한 지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직접 그 현장을 방문하고 생존자들을 만나 이야기도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송내 청소년문화센터와 함께 ‘민주화의 봄’이라는 프로젝트로, 목포항을 방문해 육지로 올라온 ‘세월호’를 보고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둘러보고 생존자를 만나 생생한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광주 5.18,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제주 4.3이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지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준비과정을 통해 11월에 9박10일 동안 제주로 4.3평화기행을 가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평화기행’을 가기 위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이다. 그래서 ‘더불어 숲’반

 

은 3월에 중등 전체가 함께 만든 옥상 텃밭에 허브를 심었다. 허브를 활용해 직접 천연 세안용품과 화장품을 만들기로 했다. 이 계획을 처음 나누었을 때 한 친구가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화장품을 만들어요?” 그래서 “나도 만들어 보진 않았지만 한 번 같이 해 보자.”라고 대답했다. 마침 초등 부모 중에 이런 일을 하고 계신 분이 있어 수업에 섭외했다. 옥상에서 키운 민트, 로즈마리, 라벤더의 증류수를 뽑고 오일을 만들어서 스킨, 로션, 비누, 립밤, 샴푸 등 다양한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 직접 만들 수 없는 재료를 사느라 재료비도 많이 들었다. 아이들은 각 제품을 수십 개씩 만들면서 “허브농장이 아니라 공장이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의 말처럼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최고’인지 제법 판매되어, 어느새 경비의 절반을 벌어 비행기표도 예매하고 숙소도 예약했다.^^

 

※ 【틈새 홍보】 산학교 ‘더불어 숲’반의 천연 세안용품과 화장품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교사 별똥(010-2012-7877)에게 문자로 문의 부탁드려요. 현재 판매 중인 것은, 스킨 3종류, 로션, 립밤, 자운고, 여드름밤, 버물리밤, 모기 기피제, 비누 4종류, 샴푸바, 침구스프레이, 샴푸가 있어요. 10월13일 토요일 송내동 마을장터(장소: 부천공고)에서도 판매할 예정이에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헌 옷을 새롭게 만드는 업사이클(새활용)이다. 먼저 우리는 서울에 있는 새활용센터를 방문해 버려진 것들이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지를 보고 묻고 들었다. 그리고 집에서 입지 않는 헌 옷을 기증 받아 브로치, 쿠션, 에코백, 러그 등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난 학기에는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재봉틀 사용법과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지금은 각자 한 가지를 택하여 다양한 디자인으로 여러 개를 만들고 있다. 이것도 역시 완성품을 마을 장터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평화기행과 엮인 허브와 업사이클 두 가지 수업을 하며, 아이들은 천연화장품과 일반화장품의 차이를 배우고,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과 실태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그리고 이것을 초등 동생들에게 체험수업을 열어 가르쳐주기도 했다. 
              
 

‘평화기행’ 수업의 최종 목표는 역사의 진실을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내 삶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이라 아이들과 깊이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지만, “평화란 뭘까? 왜 평화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나도, 아이들도 모두 붙들고 고민 중이다. 어쩌면 옥상에 허브를 키워 세안용품과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것도, 헌옷을 새활용 하는 것도 모두 평화를 위한 행위일지 모른다. 평화는 전쟁과 갈등이 없는 상태를 넘어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을 때, 그리고 이런 삶들이 한데 어우러져 숲을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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