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흔히 일용직, 또는 일당쟁이라고 한다. 그들을 낮추고 비하하는 표현으로는 노가다라고도 한다. 하루하루 출근하고 일하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부당해고가 존재할까?

 홍길동씨는 종합건설업체가 시공하는 건설현장의 하청업체에 3월9일부터 출근했다. 30여년을 철구조일을 해 왔던 홍길동씨는 반장이라는 직책으로 몇 명의 팀원을 데리고 일을 맡았다. 홍길동씨는 단종 하청업체에서 내려주는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열흘쯤 지나서 단종업체가 경영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하면서 공사를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단종업체 소속이었던 홍길동씨도 그만둘까 했으나, 원청업체에서 직영으로 월급을 줄 테니까 공사기간 동안 함께 하자고 하여 10여명의 팀원등과 함께 계속 일을 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원청의 소속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공사포기를 했다고 하던 하청업체의 이사가 계속해서 업무를 지시하고, 물건이나 자재를 수급하고 현장에서 함께 했다. 일일작업 일보 또한 하청업체의 이사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급여 명세서를 보면 원청에서 직접 지급되었고, 고용보험 일용 근로내역 또한 원청의 이름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4월27일쯤 되었을 때, 하청의 일을 맡고 있던 현장이사가 자기네가 다시 공사를 맡았으니 근로계약을 정식으로 쓰자고 했다. 원청의 현장 소장 또한 다시 하청업체에 도급을 주었으니, 그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라고 하며 더 이상 출근하고 싶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홍길동씨는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그냥 공사기간 까지 원청 소속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원청의 소속이 아니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 그만두라고 했다. 홍길동씨는 억울하다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냈다. 공사기간까지는 세 달이 남아있었다. 노동위원회에서는 몇 가지 쟁점이 형성되었다.

첫째, 홍길동씨는 자신이 원청의 노동자라고 주장한 반면, 원청의 사용주는 자신의 소속이 아니라 하청의 소속이라고 주장했고, 하청의 현장이사 또한 자기네 소속의 오야지라고 주장했다. 과연 홍길동씨는 어디소속의 노동자인건지 아니면 오야지(개인사업자)인건지?
둘째, 해고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화 되었다. 홍길동씨는 원청의 부장과 하청의 이사가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다면 그만두라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원청과 하청의 주장은 그만두라고 한 적이 없는데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거부하고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셋째, 해고가 있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가 여부인데 이 또한 해고의 존부를 두고 의견이 나뉘어졌다.
 
노동위원회에서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원청과 하청이라는 하도급의 관계에서 홍길동씨는 단종업체에 입사하여 일했던 점. 3월말에 하청업체의 사정으로 공사를 포기함에 따라 공사를 중단할 수 없기에 일시적으로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을 원청의 이름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고용보험 일용내역서를 작성한점. 수개월 후 원청이 하청과 새로운 하도급 관계를 맺고 공사을 준 점 등을 인정하고, 공사포기 이후 새로운 하도급 관계가 형성되는 기간에는 원청소속의 노동자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업체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자고 하였을 때 이미 원청의 소속이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와 다시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하여 일을 그만두게 한 것을 해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홍길동씨는 부당해고가 인정되어 해고일부터 공사기간까지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건설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하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관계나 제반의 노동권 등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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