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울타리에
 기럭지 짧아진 해 하나 걸어놓았다
 거울이 따로 없다
막바지 꿀을 모으는 벌들과
 다홍치마 입은 나무들이 모였다
 수 틀린다는 말
 멀찍이 던져놓고
 평화의 가온에 빛이 든다
 탄내 나도 좋다
 깨도 볶고 전어도 구어보자
 볼우물 가득 도토리 문
 하늘다람쥐도 함께 했다
 아, 좋다
 아침 햇귀에 귀 씻는 이 기분
 맨드라미 꽃봉우리에 맺힌
 이슬 한방울 마시는 이 기분
 나팔꽃이
 평화의 줄기 타고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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