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 천억이 넘는 부천시 문화예술회관 건립 공사 보고회

 

지난 10월 16일 15:00 판타스틱 큐브에서 열린 ‘부천 문화예술회관 건립 설계 용역 중간보고회’(이하 회관보고회라 줄임)가 열렸으나, 이 자리는 좀 심하게 말해 주인이 없는 객들의 모임이었다. 부천시 유사 이래 가장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거대한 건축물의 설계 보고회에 부시장은 수상을 이유로 인사만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물론 시장이나 시의회 의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설계보고회보다 더 절박한 행사가 있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중요도에서 회관 건립은 부천시 재정의 전부가 투입되는 거대한 사업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장은 공직자의 대표이기 이전에 시민의 선택으로 시민을 위한 정책과 행정을 통해 시민의 삶을 책임지고 시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데 엄청난 의무와 책임을 져야하는 수장(首長)이다. 의장이 빠진 자리에는 그나마 참석한 시의원들도 일부는 이름이 호명되고 부지런히 자리를 뜨는 이른바 ‘낯내기식’으로 진행되고 빈자리는 썰렁 그 자체였다. 시의원은 투표에 의해 검증받고 시민의 대표로서 시민을 대신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시비를 논하는 대변자들이다. 어디에도 주인이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부천에는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부천문화원(이하 문화원), 부천문화재단(이하 재단) 그리고 부천예총(이하 예총)과 부천시문화예술위원이 있으나,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보고회 관계자 명단에는 문화단체의 재단 대표이사가 명기되어 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문화원과 예총이 관계자 명단에 없는 것은 분명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건립되는 것이 ‘문화예술회관’이라면 예총과 문화원은 분명 중추적이고 중심역할을 담당해야할 공식 기관이다. 누락이라면 중요도를 모르는 처사이고, 통보하지 않은 것이라면 무시해도 좋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회관보고회 주체가 부천시 문화국 문화예술과다

관계자 명단 가운데 건립위원 12명 중 도의원, 시의원은 각 1명과 문화국장뿐이다. 아쉽지만 역시 주인은 없었다. 건축을 위한 과정 중 건립 용역보고회는 중요한 과정이고 단계다. 누군가 자신의 집을 대신해서 지어달라고 부탁해도 과연 이럴 수 있었을까, 아마 자신의 집짓는 일보다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은 물론 부수적인 것에도 신경을 모으고 집중하는 게 당연지사다.

진정한 주민 자치라면 주인이 핵심이고 중심이어야 한다. 문화 자치에서 시민은 근간이 되는 중요 요소다. 주인과 손님의 차이를 가르는 기본은 책임의식의 문제다. 책임의식의 공유방식은 공정한 대화와 토론의 과정이다. 의견의 공유가 없는 결정은 문제를 잉태하고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흔히 말하는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이 공직 사회의 표상이라면 시민은 손님으로서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건축물은 규모보다 필요성과 내용이 중요하고 조화를 요구한다. 요즘 부천시청의 주변을 상상하면 시민들은 답답하다. 여러 차례 수없는 이의제기에도 건축물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간다.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을 넘어 이제 감당은 오롯이 시민의 몫이다. 그날 보고회를 주도한 컨설턴트는 ‘가장 부천적인 공연장이 되어야 세계적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회관 건립을 주인인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 공정한 의견을 다시 한번 제대로 묻고, 부천의 문화예술이 가야할 길에 시민이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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