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청년 잡담회

지난 19일,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에서 ‘;부천시 청년 기본조례안’이 상임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보류되었다. 그리고 그 날, 서울신대 앞 카페 ‘이유’에서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의 하나로 ‘동네청년 잡담회’가 열렸다. 잡담회의 주제는 ‘마을에 눌러앉기’였다. 이날 잡담회에는 약대동에서 마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청년주거협동조합 청년들 그리고 소사본동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분까지 14명이 모였다.

 

첫 번째 이야기는 '내가 새로운 마을에 가게 된다면 가지고 갈 3가지는?' 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각자 메모지에 답을 적어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바로 '친구'였다. 짝꿍도 있었고, 관계, 공동체 등 비슷한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내가 즐길 취미나 놀이, 쾌적한 환경 등이 나왔다. 좋아하는 라면가게와 태권도장을 가져가고 싶다는 사람, 카누와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강에서는 카누를, 길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진행한 모두들 조혜진 활동가는 “다양한 단어들이 나왔지만,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과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 그중에서도 불안하지 않고 마음이 안정감이 들 수 있는 주거환경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라며 마무리를 했다.

두 번째 이어진 이야기는 ‘내가 사는 곳, 일하는 곳, 노는 곳이 어딘가? 그리고 그중에 나에게 마을이란 생각이 드는 곳이 있는가? 그리고 자신이 속한 마을에 눌러앉고 싶은가? 내가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놓고 두 테이블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참석한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의 한 조합원은 “솔직히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눌러앉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마을이라고 진짜 느끼려면 내가 아는 사람들을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했던 한 참가자는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이렇게 밝혔다. “사는 곳, 일하는 곳, 노는 곳이 같은 지역인 분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마을이라 생각하고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반면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분들은, 자기 마음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며 마음 둘 곳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느꼈다.”

청년들은 불안정하다. 비정규직이 태반인 일자리를 따라 옮겨 다녀야 한다. 비싼 주거비용에 떠밀려 좀 더 싼 곳으로 이사를 다녀야하는 주거난민이다. 행여 결혼이라도 할라치면 낮선 곳으로 가야할지 모른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마을과 동네는 늘 낮선 단어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마을에 터를 잡고 눌러앉고자 하는 청년들도 있다. 그 청년들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청년들만이 해서는 안된다.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야 할 과정이 아닐까 한다. 청년들의 마을살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세대를 넘어 모두가 청년이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