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토요일에 가족 모임이 있어 경부 고속도로를 왕복하였다. 고속도로를 탈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 나라 운전자들의 운전 태도가 운전 선진국 못지않게 성숙해졌다.
갓길 추월이라든지, 운전석 밖으로 쓰레기와 담배 꽁초 버리는 것을 최근에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차가 밀리면 밀리는 대로 운전자들이 앞 차를 묵묵히 따라간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얌전히 운전하게 된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시내 골목길을 다녀봐도 운전 태도가 좋아진 걸 느낀다.
옛날에는 좁은 길에 동시에 들어서고 서로 고집피우며 네 차를 빼라고 싸우거나, 좁은 길에 먼저 들어서면서 전조등을 번쩍거려 "내가 먼저 들어섰으니, 너는 들어서지 말라"고 상대차를 위협했다. 
지금은 좁은길 저쪽에 정지한 채 이쪽 차가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운전자들이 많다. 적어도 10년전과 비교하면 한국 운전자들이 많이 성숙해졌다.

그런데 며칠전 운전하다가 모처럼 손가락질을 받았다. 아파트 안 교차지점에서 내 차와 다른 차가 충돌할 뻔 했다.
그 순간 저쪽에서 손가락으로 나를 지적질하였다. "나는 잘못이 하나도 없다. 너 운전 똑바로 해라"라는 뜻일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고, 오랜만에 받아본 손가락질이었다. 지금도 이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그 사람은 그 짧은 시간 차가 스쳐 지나갈 때 잘잘못을 판단하고 어떻게 손가락질할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한 아파트에 살면서 언제 얼굴을 마주칠지도 모르는 주민에게...
화가 나는게 아니라 정말 신기했다.

평소 그 사람은 남에게 이것저것 지적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습관이 몸에 밴 탓에 그 순간 본능적으로 손가락질이 나온게 아닐까? 욱 하는 것도 습관?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큰 도로 신호등에 걸렸을때 나도 허공에 대고 공연히 손가락질을 해봤다. 역시 낯설다. 
옛날에는 더러운 것을 보거나 들으면 흐르는 물에 눈과 귀를 씻는다고 했는데, 역시 안 보는게 좋았을 손가락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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