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 줍는 할머니의 죽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전. 자동차회사에 취업을 나가서 보턴맨으로 자동차엔진가공을 하다 일의 무료함등으로 그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기계일을 하고 싶어서 들어간 곳이 인쇄기나 제본기를 만드는 한국동출기계라는 회사였다.

그래도 고등학교서 배운게 있고. 나름 보턴맨이지만 기계를 잡은 몸이라 어느정도 자신감은 있었다. 그렇게 시작하는 입사첫날. 처음 하는 일에서 나는 불량을 내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불량이었지만 당시는 왜 불량인지도 몰랐었다.

그때. 작업반장이 불량난걸 가지고 와서 내게 묻던말이 있었는데 그말이 내 평생의 좌우명같은걸로 남게 되었다. 그 반장이 내가 불량낸걸 보여주며. “밀링의 생명이 뭐니..?” 라고 내게 질문했는데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몰랐기 때문에..

밀링이 쇠를 깍는 기계인데...난데없이 생명이라니....내가 우물쭈물하는 하는데 그가 다시 말한다. “선반의 생명은 동심도이고. 밀링의 생명은 직각도자나..” 아......맞다. 당연히 각가공기계에선 각이 생명이지...그랬엇다.내가 불량낸건 어처구니없게도 직각도불량이었다.

그렇다. 선반에서 동심도가 안나오면 그건 못쓰는 기계이고 밀링에서 직각도가 안나오면 그또한 고철덩어리일뿐이다. 결국 내가 한 작업은 그 기계를 고철취급해버린거다. 직각도불량을 내 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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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도 이렇듯 생명이 되는 꼭 지켜야할 기본이 있는데 사람이라면 어떨까. 사람에게도 당연히 사람이게 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바로 양심을 지키는것과 원칙과 상식을 지켜가는 거라 생각한다.

사람으로써의 생명은 사람답게 사는것이고. 사람답게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 양심이고 양심을 지키는 근간이 되는 것이 원칙과 상식이다. 어느날 티브이에서 고 노무현대통령이 외쳤던 말..“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지금 시대의 양심은 어디에서 찻아봐야 할까. 지난날 80년대의 시대의 양심은 민주주의투쟁이었다. 민주주의라는 시대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피와 헌신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시대의 양심은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어제 폐지줍던 할머니가 어떤 미친놈한테 잔인하게 폭행당하며 죽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고리. 폭력과 폭행의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일뿐이다. 만약 그 할머니가 폐지를 줍지 않았다면. 아니 돈좀 있었다면. 아니 사회에서 어느정도 삶을 지탱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가장 약한 계층에게 기초노령연금 이십몇만원을 던져주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선 방치하고 있다. 그걸로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생각하고 더 이상 그들에 대한 보호는 포기했고. 그 어디에서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찻아볼 수 없다.

폐지줍는 할머니들. 그들도 여성이지만. 어떤 여성정책. 세미나에서 그들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한다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여성을 위한 숱한 워크숍을 개최하지만. 가장 밑바닥을 기는 여성들에 대한 워크숍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의 시대의 양심이라는게 바로 그지점에 있다. 절대적 약자에 대해선. 철저하게 외면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양심...그건 죽은 양심일뿐이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 생명이 없는 사람.
수많은 폐지줍는 할머니들의 삶이 방치될 때. 우리도 죽어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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