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오롯이 맡긴 건물 ‘베네세홀딩스’

회사에 들어가면 넓은 로비가 있고, 정갈한 옷차림을 한 사원의 인사, 예술 작품이 가득한 인테리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국 대기업의 본사와는 격이 달랐다. 일본 베네세홀딩스는 1955년 설립한 후쿠타케 서점에서 시작한 회사로 교육사업 등으로 발전한 기업이다. 도쿄에 본사가 있고,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가 방문한 오카야마에는 지사가 있다.

오카야마 시의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는 베네세홀딩스의 자회사로 오카야마 지사 내에 위치하고 있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는 2005년 5월 오카야마 공공직업 안정소에서 특례자회사로 허가를 받았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에 고용된 장애인의 수는 전체직원 282명 중 134명이며, 이중 발달, 정신장애인은 121명이다. 사원의 47%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회사이다.

건물을 장애인에게 맡긴 베네세홀딩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의 사업은 베네세홀딩스의 여러 계열사의 사무보조,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주요사업으로는 OA센터, 클린서비스, 우편서비스 등을 수행하고 있다.

먼저 OA센터는 베네세홀딩스의 오카야마사업소 계열사 사원들의 모든 복사를 신청 받아 한 달에 20만 부 가량 복사를 하며, 제본 등 문서작업을 수행한다. 또한 앙케이트 조사, 자료입력 등 계열사의 요구에 따라 각종 사무보조 업무를 수행한다.

다음으로 클린서비스이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 빌딩의 화장실, 복도, 사무실 등 건물 내 모든 구역의 청소를 한다. 부천시로 치면 건물 청소 전반을 장애인고용회사에 맡긴다.

마지막으로 우편서비스이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의 모든 우편물을 관리, 발송하며 각 사무실로 배달서비스도 한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개개인에게 직접 전달하며, 자체 분류시스템을 활용해 오발송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기밀문서에 대한 파쇄 업무도 수행한다.

▲ 베네세설명

이 회사는 업무의 전문성도 매우 높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장애인의 큰 자부심과 자긍심이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시금치’, ‘조화’, ‘전문성’이다. 먼저 전 사원의 기본원칙 ‘시금치(ほうれん草)’의 생활화이다. 우리가 먹는 시금치가 아니다. 시금치를 뜻하는 일본어 호렌소의 앞 글자를 따서 호(보고), 렌(연락), 소(상담)를 장애인 사원들이 쉽게 원칙을 숙지하도록 했다.

이 원칙에 의해 장애인 사원들은 업무에 대한 보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상담, 연락을 통하여 회사를 다니며 발생하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다.

다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조화, 지도원 시스템이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는 회사 자체 상담자격 교육을 통해 지도원을 양성하고 이들을 장애인과의 상담을 수행하도록 한다. 지도원과 직원을 멘토와 멘티로 묶어 장애인이 업무나 건강상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도록 하여 장애인들이 회사생활을 조화롭게 하도록 돕는다.

양변기 닦는 순서도 그림 매뉴얼

마지막으로 업무의 전문성이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는 모든 업무를 매뉴얼화 했다. 화장실 양변기도 닦는 순서를 아주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그려 장애인에게 제공된다. 이것은 서비스 질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 메뉴얼

이를 통해 새로운 장애인이 업무를 시작할 때 이전과 동일한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한 예로 청소서비스에서 화장실 청소는 양변기 닦는 순서, 어느 위치에 어느 청소도구를 사용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매뉴얼로 만들어 서비스를 수행한다.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의 무네츠카는 “저는 이 기업에 12년 동안 다녔으며, 시금치(호렌소) 원칙에 따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보고, 연락 및 상담을 통해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리고 저는 업무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1시간에 5분씩 휴식과 스트레칭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도원이 되어 다른 장애인들이 회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라며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을 나타내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다.

오전엔 이론 오후엔 현장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일본 사회복지 연수단은 지난 29일 일본 오카야마시 장애인복지과로부터 일본의 장애인 고용 현황과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다음날에는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이후 가와사끼 시에서도 이론을 배우고 현장을 확인하는 형식으로 연수를 이어간다.

일본은 기업의 사회적 연대의 이념에 따라 장애인에 대해 일반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고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1976년 장애인 고용률을 제도로 의무화했다. 최근 고용의무 장애인의 범주를 확대하여 2018년 4월 정신장애인도 고용 의무 대상이 되었다. 2018년 기준 민간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2%이고, 국가 등의 공공기관은 민간기업을 웃도는 2.5%이다.

▲ 장애인정책설명

일본의 장애인 고용 정책 중 특례자회사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와 유사하다. 특례자회사 제도는 모회사 산하에 자회사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모기업 전체 계열사에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2016년 기준 일본의 특례자회사는 448개소가 있으며, 장애인 2만7천여 명이 고용 중이다. 오카야마의 대기업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가 일종의 특례자회사인 셈이다.

장애인 특례자회사 견학을 마친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구점자 의원은 “한국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표이다. 이번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 방문을 통해 기업이 이윤추구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임은분 의원은 “베네세 기업의 장애인 고용 사례를 보며, 수혜성 복지가 아닌 실제 이익을 만들고 비장애인의 기업과 경쟁하는 생산적 복지로의 전환에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유리천장을 깨자!

 홍진아 의원은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장애인의 능력의 한계를 정한다. 앞으로 장애인 능력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가능성을 확장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성용 의원은 “일본의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찾아 우리시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카야마 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취직 면접회(장애인 고용 박람회)도 좋은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강병일 의원은 “아주 작은 것까지 매뉴얼로 만들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네세비즈니스 메이트의 장애인 직원에게서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복지의 진정한 해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김환석 의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동료들과 함께 배려하며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 준수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켜 자립하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정재현 위원장은 “베네세는 감동적인 기업입니다. 장애인 고용을 어쩔 수 없는 고용이라 생각하지 않고, 장애인을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해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고 그걸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사장의 말과 근무자들이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히 감동했습니다. 우리 부천시에도 이러한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일본 사회복지 연수에는 정재현 행정복지위원장, 김환석 의원, 강병일 민주당 당대표, 구점자 의원, 임은분 의원, 김성용 의원, 홍진아 의원, 이주형 부천시의회 전문위원 과장, 박화복 부천시 보육정책팀장, 부천시 장애인복지과 박순군 주무관, 부천시 노인복지과 조계성 주무관 등 13명이 동행했다.

▲ 베네세 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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