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최고 인기 놀이 오징어 달구지 이야기

얼마 전 아이들 앞에서 눈물이 찔끔한 일이 있었다. 감동을 받았거나 속상해서가 아니라 너무 아파서. 내 뒤통수 위로 아이들이 넘어져 운동장 바닥에 얼굴이 쓸렸다. 어찌나 얼얼하고 아프던지. 사실 산학교에서 이것 때문에 눈물이 찔끔하고 다치는 일은 흔하다. 바로 산학교에서 늘 화제의 중심이 되는 놀이, 오징어달구지(아이들은 줄여서 ‘오달’이라고 부른다.) 때문이다.

오징어 달구지는 오징어 모양(사실 이게 왜 오징어 모양인지 잘 모르겠다.)의 선을 그리고 공격과 수비가 나뉘어 하는 놀이이다. 공격팀 중에서 아무나 수비를 피해 세모난 부분(오징어 입이라고 하기도 한다.)을 두 발로 찍으면 공격팀의 승리로 놀이가 끝나고, 수비팀은 이를 막고 공격팀 모두를 아웃시켜 공수교대를 하는 것이 목표이다. 공격이 돌진하고 수비가 막아 아웃을 시키려는 과정에서 엄청난 몸싸움이 벌어진다. 팔을 잡거나 밀치는 건 평범한 일이고 넘어지고 구르고 부딪쳐서 까지거나 옷이 찢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보고 있자면 이게 싸움인가 놀이인가 싶다. 이 위험한 놀이가 최고 인기 놀이라니, 왜 그럴까?

 

우리 반 아이 중 한명은 오달하고 싶다고 일주일 내내 노래를 부른다. 사실 그 아이 뿐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오달을 좋아하고 졸업한 아이들도 그랬다. 아이들에게 “오달이 왜 좋아?”라고 물어보면 “그냥 재밌어!”한다. “어느 때가 가장 재밌어?” 하면 “세모 부분을 찍었을 때”, “누군가를 아웃시켰을 때”란다. 나도 해봤지만 공감한다. 이 때 어찌나 성취감이 들던지. 언뜻 힘 센 아이들만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힘이 세다고 해서 반드시 오달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수비수들을 피해 날쌔게 공격을 성공시키는 아이도 있고, 둘 셋이 힘을 합쳐 힘센 상대방을 아웃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합법적으로 힘을 겨루고 약간의 폭력이 허용되는 이 위험한 놀이가 주는 쾌감이 있다. 오달하다가 다쳤다고 엉엉 울면서 교사들을 찾아오는 아이에게, “이제 좀 쉬어.” 하면 괜찮다며 금세 눈물을 닦고 다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오징어달구지는 싸움이 아닌 놀이다. 놀이는 승리가 아니라 재미가 목표이기에 이를 위한 규칙이 있다. 매일 하는 놀이이다 보니 회의 때 안건으로 자주 등장하여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오징어 달구지 학년 제한 규칙이 바뀌었다. 위험하고 규칙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년 제한이 있었는데, 3학년과 섞여서 놀이가 가능한가 여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3학년부터 다른 학년과 함께 오달 놀이가 가능하도록 하되 힘의 차이를 인정하여 조절하며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세세한 약속이나 건의사항도 많다. 팀을 균형 있게 나누고 균형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바꾸기, 감정적으로 하지 않기, 다치면 놀이를 멈춘 뒤 괜찮은지 확인하기, (버티기 위해) 너무 오래 앉아있지 않기 등. 아이들은 위험한 놀이를 하며 안전하고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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