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거리 상점의 문은 닫혀 있다. 문을 열어 안을 보여 주기 보다는 간판과 외관 디자인이 눈에 잘 띄도록 노력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끄는 상점 이름과 간판 디자인이 많아졌다. 마음에 두는 가게를 만나면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찾아가거나 주변의 지인에게 추천해 준다.  상점 이름을 찾아 닫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밥을 먹는다.

그에 비해 원미동에 일한지 1년이 넘었는데, 상점 이름을 아는 곳이 드물다.  대개는 떡집, 야채가게, 과일가게, 생선가게라고 기억한다. 거기 그 길 따라 오다 보면 있는 떡집. 혹은 시장 안 쪽으로 가다보면 부대찌개 파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순댓국집 등등으로 이름을 붙인다. 그만큼 원미동 시장의 풍경은 도시의 다른 상점 풍경과 많이 다르다.

 

간판 보다는 사람과 상품이 더 앞서 놓여 있다.  간판으로 눈길이 가지 않는다. 상품과 상점 주인을 보면 된다. 폭염이나 폭설이나 상점 주인은 상점을 지키고 있고, 상품은 길가에 오롯이 놓여 있다. 아침에 해가 어둠을 밝히듯  상품이 세상 밖으로 나와 진열되고 밤이면 어둠이 내리듯 상품이 안으로 들어간다.

생생한 원미동 시장 상점의 현장은 원미동 공동체 활기의 바탕이 되는 것 같다. 하루 하루 살아 가기 위해 우리는 꼭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도시 사람들이 끼니 때가 되면 언젠가 대형마트에서 사다 준 물건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듯, 문득 일어나 바로 한 발 앞에 있는 시장으로 가면 싸고 좋은 상품들이 가득하니, 사람들이 집과 시장을 오가며 살아가는 일이 자연스럽고 흔하다.

그 흔한 일상이 모아져 삶이 되고 마을이 되고 공동체가 된다. 원미동 상가의 가장 흔한 홍보 전략은 ‘인사’다. 길거리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예비손님’이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어색하지만 꾸벅 눈인사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젠가 퇴근 길 어둑하여 문을 닫을 시간 작은 사거리 야채가게 사장님이 동네 사람에게 물건을 팔고 던진 인사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일 또 만나요”.

익명의 거래가 아니라, 얼굴을 아는 사람들 간의 거래가 있는 곳. 원미동이다. 언젠가 눈인사만 나뉘던 상점에서 꽈배기 4천원 어치를 사러 간 일이 있다. 그런데 아뿔싸 현금이 없다. 이런 어쩌지 무안해 하는데, 그냥 가져가세요. 매일 얼굴 보는데, 다음에 주세요 하신다. 민망하지만 행복하게 꽈배기를 들고 맛있게 먹고 다음 번에 4천원을 갚았다. 그렇게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간판도 모르지만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원미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한걸음씩 기록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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