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2

원미동 사람들 #2

부천의료협동조합이 지난 3개월 동안 4개 마을 거점에서 100여분 어르신과 함께 100세까지 팔팔하게 88일 프로젝트를 했다. 88일 이라는 시간 동안 건강실천을 하는 프로젝트다. 주2회 꼬박꼬박 모임에 나와 운동을 하고 다양한 강좌를 듣는다. 건강리더들이 방문하여 건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상담도 했다.
   그렇게 88일을 지나고 끝까지 남은 어르신이 80%나 된다. 그동안 프로그램에 한두번 빼고 모두 다 나오신 어르신도 20여명이다. 매일 학교 가는 기분으로 나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가신다는 어르신들.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항상 반갑게 오신다. 88일 이후 통증을 느끼는 것도 처음보다 많이 감소했다.

 100세 팔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분 중 한 분을 찾았다. 원미동에 살고 있는 75세 박승자 어르신이다. 원미동에 산지 10년째인데, 다른 분들에 비하면 원미동 신참 거주자다. 대개 30년, 40년 넘게 사신다. 박승자 어르신도 40년 살던 곳이 뉴타운으로 바뀌면서 이곳 원미동으로 왔다. “나 같은 사람도 살기 좋은 동네다”
 일 때문에 한 번 빠진 것을 제외하고 모두 다 나오신 박승자 어르신. 건강 프로젝트에 와서 편한 마음으로 의사를 만나고 다정하게 아픈 곳을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다 낫는 것 같다고 좋아하신다. 겨울이 되면 날이 추워져 밖에 나갈 일이 없어 혼자 있는 것이 걱정된다며 프로젝트가 끝난 것을 아쉬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70세 넘은 어르신들이 어떤 미래를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늙어간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박승자 어르신은 늙어감 속에서도 하늘을 나는 ‘나비’를 생각한다. “세월아 여기까지 스톱하자, 떠나고 싶지 않구나. 나비야 청산가자 너 정말 늙지 않구나” 박승자 어르신 자화상에 남긴 글귀다.

 

 70년 넘게 살며 자기 손을 잡아 준 의시가 처음이었다고 고마워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 보았다. 손이 차고 위가 안 좋아서 자다가도 자주 일어나신다는 어르신. 차고 아픈 몸에 스스로 위로의 말을 던지신다. 직접 가시 손을 대고 그리고 그 위에 자기 손에게 남기고 싶은 글을 썼다. “내 손 그동안 고맙고 칠십 평생 일 많이 하고 내 말 잘 따라 주어서 너무 미안하고 남은 시간 고장 없이 잘 끝내자”

 고령화 시대에 어르신 돌봄을 생각하면 대개는 살아 있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혼자 있는 것이 싫어서 겨울에도 밖에 있다가 저녁에나 들어온다는 박승자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활기다. 그런 활기 있는 마을 만들기, 그것이 진짜 마을 만들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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