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떠한 직장에 취업할 때 몇 가지 절차를 거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우선 나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하고, 그에 맞는 회사를 찾게 되겠지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업종과 관련한 회사를 찾아보고 그 회사의 모집광고를 보면서 전화를 하거나 서류를 제출하거나 합니다. 보통 서류를 제출하면 해당 회사에서 검토해서 문자나 전화, 이메일 등의 방식으로 합격 여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나면 2차 시험을 보기도 하고, 면접을 통해서 채용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규모가 있는 큰 회사라면 2차시험과 3차시험, 면접을 하기도 하고, 작은 업체는 그냥 면접만으로 결정하기도 합니다. 더욱 영세한 업체는 전화를 통해 면접일을 잡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가서 한번 면접으로 채용여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어느 학원에서 수학학원 강사를 모집하게 되었습니다. 전임 학원 강사가 12월31일까지 근무를 하겠다고 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학원에서는 미리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11월 초에 학원강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집광고 사이트에 구직광고를 했습니다. 기본적인 학원 소개와 임금수준, 근무시간, 위치나 특징을 모집광고에 게재했습니다. (요즘의 학원들은 학원강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프리랜서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4대보험에 가입하지도 않고, 월급도 수입을 5:5로 나누거나 6:4로 나누는 방식도 많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종종 노동자인가 아니면 프리랜서(개인사업자)인가 다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모집광고를 본 학원강사 지망자는 강사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11월 중순경에 학원에서 연락이 왔고 서류전형이 통과되었으니 만나서 면접으로 임금 및 근로조건, 출근일을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요즘의 시대에는 전화뿐 아니라 SNS로도 병행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유력한 증빙이 되기도 합니다.) 면접 자리에서 학원은 전임자가 12월말까지 근무하게 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12월 초순에 인수인계 방식으로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학원강사 지망자는 여러 군데에 면접이나 서류를 제출했었는데 채용이 확정되었다고 보고 다른 곳을 모두 포기하고 12월초부터 학원을 출근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래도 막연한 12월 초순보다는 보다 확정적인 날짜를 원해서 학원측에 출근일을 문의했습니다. 학원측은 12월10일부터 출근하라고 했고, 문자로 또 알려주었습니다. 그때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학원 근처에 집도 알아보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학원에서 근무하던 전임자가 사직서를 철회하고 계속 근무하겠다고 했습니다. 학원에서는 새로 채용하고자 했던 학원강사에게 미안하다는 문자 하나로 학원강사 지망자의 맘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학원강사 지망자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과연 이 강사 지망자는 노동자이고 부당한 해고에 해당할까요? 학원측에서는 실제로 채용을 하지 않았으므로 고용된 게 아니고 다른 한편 노동자라고 볼만한 사유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에서는 서류절차와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서 채용을 약정한 것은 이미 상호간에 고용이 확정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한 출근예정을 일방으로 취소한 것은 부당한 해고이며, 원직에 복직시킴과 아울러 그 해고기간에 대하여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여기에서 학원강사는 임금이 아니라 수수료를 분배하는 방식이나, 근로계약서가 아닌 도급위탁 계약서의 문제, 4대보험 미가입과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의 납부 등 학원강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이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노동자를 채용하고 실제로 일하는 기간중에 해고한 것이 아니라, 단지 채용을 확정하고(합격) 출근 일을 기다리는 도중이라도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한 경우,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는 의미 있는 판정으로 보여 집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해고는 생존권을 박탈하는 가혹한 처사입니다. 오죽하면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있을까요?
 너무 노동자중심의 세상만 이야기하는 건가요? 어떠한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민주주의와 평등사회일까요? 노동자들이 해고 없이 임금 높게 받고 잘 사는데 사용주가 가난한 세상이 올 까봐 두렵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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