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체험에 갈 때는 한 명이 갈 때도 있고, 여러 명이 함께 갈 때도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갈 때는 서로 잘 아는 아이들이 갈 때가 있고, 서로 모르는 아이들끼리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가 다양할 때도 있고, 모두 같은 나이가 함께 가는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 연령과 친분 관계의 상황에 따라 놀이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은 처음 아이들과 만났을 때 아이들의 놀이방식을 보고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함께 온 모든 아이들은 아동기로 같은 나이였고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즐겁게 숲에 오르며 각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주변의 식물, 곤충 등에 관심을 가지며 쳐다보고 만져보며 발걸음이 늦습니다. 어떤 아이는 이러 저리 뛰어다니며 발걸음이 바쁩니다. 어떤 아이는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각자의 속도로 올라간 목적지에서 가방을 풀고 2~3명씩 아이들끼리 놀이를 시작합니다. 한 그룹의 아이들은 동적으로 계속 관찰과 채집, 사냥을 하며 숲 이곳저곳의 경사진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닙니다. 관찰하는 시간도 길어 주저앉으면 앉아 있는 시간도 오래갑니다.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정적으로 적당한 자리를 골라 주로 역할 놀이를 합니다. 학교놀이라며 각자 선생님, 학생으로 역할을 정하고 놀기도 하고 엄마아빠놀이라며 엄마, 아빠, 동생 등의 역할을 정해 놀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관찰을 함께하고 어떤 때는 역할 놀이를 하고 어떤 때는 두 가지를 합쳐서 진행하기도 하며 놀이를 합니다. 두 그룹의 놀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놀이를 이어갑니다.

아이들 놀이에서 호기심을 끈 장면은 정적인 놀이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동적인 아이의 관계성에 대한 것입니다.

정적인 전환은 이렇게 일어납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곤충을 잡고 있습니다.
“야~ 여기 곤충 있다”, “거기 잡아 거기”, “아 놓쳤네.”
갑자기 정적인 아이가 소리칩니다.
“애들아~ 우리 학교 놀이하자! 나랑 놀려면 줄서~”
정적인 다수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어 알았어. 기다려 갈게.”
다수의 아이들은 정적인 놀이에 합류하고 일부 동적인 아이들은 하던 동적 놀이를 계속하기도 합니다.

 

숲은 주로 탁 트인 공간이고 활동적인 놀이를 주로 하게 됩니다. 동적인 곳에서 정적인 놀이로 전환하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동적 환경에서 정적인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가 상황과 관계없는 놀이를 제안했을 때 쉽게 동적이던 아이들이 제안을 받아들이며 역할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놀이의 전체 흐름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정적인 역할 놀이와 동적인 활동을 하는 아이가 따로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정적인 놀이를 하던 아이가 중간에 빠져나와 동적인 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가서 함께 놀이를 합니다. 한 동안 시간이 흘러 정적인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줄면 다시 정적인 친구의 놀이 제안으로 다수가 정적인 놀이로 돌아가 역할 놀이를 시작합니다. 동적에서 정적으로 전환하는 것에 비해 정적에서 동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누군가 주도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급격한 전환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런 동적, 정적 놀이의 반복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들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자신감 하나로 자아존중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니 그야 말로 높은 자기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주인공이 되지만 아이들끼리는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되려면 칭찬을 받아야 하고 칭찬을 받으려면 주변에서 인정하는 것을 잘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동기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닫힌 공간의 특성상 동적인 아이보다 정적인 아이가 칭찬을 들을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칭찬을 받는 아이는 주인공이 되고 다른 아이의 부러움을 받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정적인 활동은 긍정적인 것이고 동적인 활동은 부정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동적이나 환경에 맞추기 위해 정적인 활동을 잘하는 아이의 곁에서 함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모두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정이 아닌 기관에서 모여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사회에도 권력의 힘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권력의 역학관계에 적응하며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깨닫지 못하고 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아웃라이어]의 말콜 글래드웰은 권력에 순종하는 것은 문화적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권력에 순종하면 소통을 할 수 없고 소통을 못하면 판단을 할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전 세계 비행기 조종사의 권력 순종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2위를 차지했고, 권력문화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까지 많은 항공기 사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알게 모르게 문화적 영향으로부터 정적인 활동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콘 글래드웰은 문화적 영향도 그 사실을 깨달음으로 인해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이 동적인 환경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합니다. 환경을 제공해 숨어있던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적인 환경으로 숲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요? 아이가 정적인지 동적인지는 놀아봐야 압니다. 주말에 근처 공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세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적이라 생각합니다. 생동감이 넘치는 공원에라도 아이와 함께 빠져 보시면 좋겠습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첫번째 금요일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