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는 2007년 6월 30일 저희집에 온 아이입니다.

길거리에서 구조되어 입양된 아이라 정확한 나이도, 생일도 몰라 우리집에 온 6월 30일이 누룽지 생일이예요, 꼭 오늘이네요.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누룽지를 보시더니 전혀 돌봄을 받지 못해 에방접종 항체 여부도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학대 당하던 아이라고 단언하던 아이입니다.

처음 두달정도는 딸아이의 침대 밑에 숨어서 눈치만 보고 차려준 사료도 식구들이 잠든 후에나 몇알 먹고 후다닥 다시 숨어버리던, 그냥 가슴 짠한 강아지였네요.

스스로 알아서 배변을 가리고 식구들이 집에 들어오면 진심으로 반겨주고 자다보면 어느새 제 옆에서 팔베개를 하고 잠들곤 했습니다.

제가 아픈날은 옆에 누워 슬쩍 슬쩍 눈치보며 시무룩하게 있기도 하고 아빠가 도착하면 용케 차소리듣고 미리부터 좋아서 현관앞에서 뛰기도 하고,낮잠을 즐기다가도 산책 가방이 들어있는 서랍만 열면 용케 알고 산책줄 묶어달라며 손을 내밀기도 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너무 기뻐 바닥에 등 비비며 진심으로 환영해 주었어요.처음에는 강아지라 생각하고 들였던 아이인데 살다보니 가족이 되어버렸네요.

6월 19일 너무도 황망하게 누룽지를 잃어 버렸습니다.

직장을 이직하면서 2주 정도가 여유 시간이 생겼고 작년1년동안 수험생 오빠에게 치여 종종 서운함을 토로하던 딸아이를 위해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습니다.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여행이 쉽지가 않습니다.사실 5년 만에 여행을 가는 여행입니다.

남편은 주중에는 회사 직원들과 지내고 주말에만 집에 오는 처지라 누룽지를 위탁할 곳이 필요했어요.

예전에 누룽지를 동물병원에 맡기도 여행을 갔다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한다는 말에 중간에 취소하고 온 경험이 있는지라 동물병원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검색끝에 부천에 있는 펫시터와 연결이 되었어요.수제 간식을 만든다는 말에 정말 강아지를 위하는 사람이구나 싶어 선택한 곳입니다.

여행 일정 마지막날 누룽지를 잃어버렷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미 하룻밤 하고도 오전 반나절이 훌쩍 지난 상황이였어요. 다음날 아침에 귀국해 30여분 자초지종 듣고 그때부터 누룽지를 찾아나섰습니다.

첫날은 정신없이 사람들에게 묻고 이름부르면서 전단지를 붙이고 다음날 올때는 혹시 오늘은 찾을까 싶어 목줄을 가져오고 그다음에는 배가 고팠을거 같아 간식을 챙기고, 닦아줄 수건을 챙기고, 찾으면 집에 데려오기위한 천 가방을 챙기고.

오늘은 만나서 집에 같이 올거같은 기대를 안고 날마다 송파에서 부천을 오고 갑니다.

간간히 오는 제보 전화로 누룽지가 늦은밤에 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고는, 낮에는 제가 전단지를 나눠주고 밤에는 남편과 같이 차량으로 이동하며 누룽지를 찾고 있습니다.

며칠전쯤 누룽지를 보았다는 식의 제보 전화를 몇통 받았는데 정말 속상한 것이 제가 그 시간에 그 근처에 있었어요. 자꾸 조금씩 어긋나고 그나마 이제는 누룽지가 사람들이 적은 늦은 밤부터 활동을 하고. 이녀석이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심하게 짖고 물려는 시늉도 한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잡으려 하면 무조건 놀라 도망을 가는 상황입니다.주로 소사sk뷰 아파트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너무 막막합니다.

비오는 날은 추위를 유난히 잘타는 아이가 얼마나 떨가 싶어 근심이고 맑은 날은 우리아기 먹을 물조차 없겠구나 싶어 근심이네요.

여행을 가지 말았더라면,병원에 그냥 맡겼더라면, 친구에게 맡길걸, 하다 못해 집 가까운 곳에 맡길걸 수없이 후회하고 자책을 합니다.

지금도 왜 우리 누룽지가 밖에 떠도는지 이해도, 실감도 되지 않습니다.

생활이 너무 엉망이고 이직하기로한 직장에서는 더 이상 은 못 기다려 준다 하고, 언제까지 찾아나서는게 가능할지, 부천과 송파를 오가는게 힘든것도 사실입니다. 강아지때문에 너무 유난을 떤다는 말을 들을때면 사실 갈등도 생기지만 이 작은 아이가 낯선 곳에서 겁에 질려 엄마를 찾고 있다는걸 알고서는 멈출수도 없네요.

그냥 찾아서 이녀석 내옆에 누워 낮잠자는 모습이나 보고 싶습니다.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평범한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네요.

꼭 우리 누룽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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