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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쉬는 날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재성 조합원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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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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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막 지난 어느 날. 모든 사람들이 새해의 소망을 꿈꾸며 잠자리에 든 늦은 밤. 한 아파트 경비초소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다. 창을 들여다보니 한눈에 보아도 나이가 지긋한 경비아저씨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수그린 체 잠을 자고 계신다.

문득 저 경비아저씨의 새해 소망이 궁금해진다.
문을 두드려 잠을 깨운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인터뷰 요청을 드렸다. 잠이 덜 깬 듯 어리둥절하며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10여분 정도 지나자, 올해 나이는 딱 70이 되셨고 경비 일을 한지는 1년 남짓 된다며 말문을 여신다.

   
 

기계제작 용접에서 건설현장으로 그리고 경비원으로

아저씨의 오래전 직업은 기계제작 용접공이었다. 서울 당산동에서 작은 용접 공장도 한 20년 운영하셨다고 한다. 그러다 IMF때 일거리가 끊기면서 공장을 처분하고 건설현장에서 건물 외벽에 대리석 붙이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또 20년을 건축 현장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세월이 흘렀다고 하신다.
나이 먹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일도 힘에 부치다보니 누가 써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두 내외가 출가한 자식들에게 손만 벌리고 살 수도 없다. 아직까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일을 찾아서 경비 일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이상한 근무시간

아저씨가 근무하는 아파트단지는 800세대로 경비초소는 모두 세 곳이다. 한 초소에 두 명의 경비가 24시간마다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경비아저씨는 관리실 소속이 아니다. 별도 경비보안 업체에서 파견된 근로자다. 임금은 최저시급×근무시간×근무일수로 계산된다. 24시간 근무 교대를 한다고 하는데 근무시간의 계산이 좀 불합리하다.
경비아저씨의 근무 교대는 24시간이다. 그런데 임금에 계산되는 근무시간은 13시간 30분이다. 점심시간 겸 휴식시간인 12시부터 2시 30분, 저녁시간인 6시부터 8시까지 그리고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자유시간이라고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
“사실 저녁 먹고 쉴 시간인 6시부터 8시까지가 제일 바쁜 시간대예요. 택배 기사들로부터 택배 받으랴 주민들은 택배 찾으랴, 밥먹다 말고 쫒아올 때도 많아요. 쉬는 시간이라고 푯말을 써놓긴 하지만 택배기사나 주민들에게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하기 힘들거든요.”
 밤에는 초소마다 교대로 1시간씩 순찰을 돌아야 하는데 그것도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 그뿐만 아니다.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도 단지 내에 있어야 하며 단지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는 이상한 규칙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휴게실에 누워있지 못하고 초소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좋은 의자라도 준다면 모를까. 고물상이나 분리수거로 내놓은 의자를 주어다 써요. 조금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와 등짝이 아파요. 여기 경비실에 있는 냉장고, 전기히터, 냄비 등 모든 물건들이 분리수거 하러 내놓은 거 주워온 거예요. 회사에서 지급하는 물품은 한 달에 두루마리 휴지 2개랑 빨간 면장갑 2켤레가 전부예요.”

   
 

 
부천에서 3년만 살자고 온지 30년

“서울 살다가 부천에서 딱 3년만 살다오자 해서 부천으로 이사온 게 벌써 30년이 흘렀네요.”
그 당시 부천의 집값이 싸다는 소리를 듣고, 남의 집 셋방을 전전해야하는 힘겨운 서울살이 보다는 낳지 않을까 싶었다고 하신다. 작은 연립주택이라도 하나 사서 3년만 살다 오자고 도당동으로 이사를 했다. 어차피 차로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당산동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고, 3년만 있다 올라갈 계획이었기에 아이들 학교도 전학을 시키지 않고 함께 서울로 통학을 시키셨다. 아저씨의 계획은 이뤄지지 못한 체 벌써 30년이 지나버렸다.
“부천에 와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너도 나도 죄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다보니 타인에 대한 경계가 심했나 봐요. 그래도 부천에 와서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그럭저럭 먹고 살고 남에게 돈 꾸러 다니지 않을 정도는 되었으니 괜찮은 셈이죠. 그리고 오래 살다보니 이웃도 생기고 정이 들어서 이젠 다른 곳으로 가기 싫어요.”

새해에는 쉬는 날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새해 바라는 소망이야 많겠지만 그게 바란다고 되진 않기에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그래도 바라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몸은 아프고 솔직히 얼마나 더 살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우리 경비원들도 어디 여행을 가거나 누가 칠순잔치를 한다고 할 때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경비도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연차휴가가 있긴 하다. 다만 용역회사에 따라서 연차휴가를 쓰게 하는 회사도 있고 이를 수당으로 계산해서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 경비아저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후자의 경우라서 연차휴가를 쓸 수 없다. 급한 일이 생기면 “내가 일당 10만원을 주고 대체 근무자를 써야 해요. 그런데 회사에서나 개인적으로나 대체 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급한 일이 생겨도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일년에 딱 한번 여름휴가 2일만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런 근무조건을 감수하려면 일하고 아니면 그만둬라 하는 식이죠.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경비 일자리도 점점 구하기 힘들다. 주민들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니 비용(관리비)을 줄이느라 경비원을 점차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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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바라는 소망은 그런 것들이 고쳐져서 우리들도 필요한 시간이나 문화생활의 여유를 조금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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