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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이야기
문정원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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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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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원이의 강

정원이네 집에서 강은 아주 가까워. 정원이는 강에 자주 놀러 나갔어.

구불구불 짧은 풀숲에 고불고불 아주 작은 길이 나 있어. 무릎까지 오는 풀숲에 누군가 풀을 묶어놓아서 눈을 크게 뜨고 다녀야했어. 그렇지 않으면 걸려 넘어지거든. 언젠가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풀숲에 납작하게 엎어진 적이 있어. 얼굴에는 진흙도 묻고, 아파서 씩씩거렸어. 심술이 나서 아무도 모르게 하나 묶어놓았지. 누군가 꼭 걸려 넘어지길 바랐어.

   
 

조금 돌아가지만 친구를 만나 같이 갈 수 있는 길도 있어. 친구 복희네 집 변소가 길옆에 있어서 큰 똥파리를 자주 만났는데 냄새가 아주 지독해.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숨을 꾹 참고 내달린 적도 있었지. 배고플 땐 길가 밭에 당근을 뽑아먹기엔 정말 좋아.

  그날은 어디로 갔을까? 정원이는 복희를 만나 강으로 갔어.
큰아이들은 위쪽 큰 바위에서 다이빙을 하고 거품속을 마구 헤엄쳐 내려왔어. 오늘은 큰아이들처럼 꼭 수영을 배우고 싶었지. 정원이는 복희랑 나란히 엎드려 물장구를 쳤어. “참방참방” “참방참방” 몸이 물에 뜰 것 같았어. “뜬다뜬다 된다된다 이야 신난다.” 물거품이 하얗게 일렁였어.
그때였어. 정원이는 깊은 물에 빠지고 말았지. 허우적 허우적 대다가. 처음 물속에서 눈을 떳어. 웅~웅~ 누군가의 다리가 보여. 콧구멍으로 입으로 물도 먹었지. 저 멀리 큰아이들이 보였어. 정원이는 소리쳤어. “사~살려줘!”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숨이 막혀 올 때야. 손에 뭔가 다였어. 일어나 보니 강물이 정원이 무릎에서 찰랑찰랑했어.
너무나 속이 상했지.  화도 났어. 얼굴이 화끈거렸지.

   
 

정원이는 큰 바위로 뛰어 올라갔어. 흰 거품을 내며 힘차게 내려가는 폭포를 바라봤지. 그리고는 다시 내려와 얕은 물에서 물장구를 쳤어. 정원이는 그해 여름에 수영을 배울 수 있었대. 큰 아이들이 수영하는 걸 매일같이 보면서 배웠을까? 물고기를 보면서 따라 배웠을까?
가재들도 매일 보고 놀았으니까...가재들에게도 배웠을지 몰라.

   
 


학교를 다녀온 어느 날. 정원이는 바로 큰 강으로 향했어.
책가방을 큰 돌밭위에 올려놓고. 팬티만 남기고 옷을 벗어 가방에 넣어뒀지. 풀밭에 가서 깨끗한 쑥을 골라 뜯었어. 쑥을 둘둘 뭉쳐서 양쪽 귀를 막았어. 오늘은 물속잠수를 하며 수영을 할 거야. 정원이는 개구리 수영, 개 수영도 할 수 있었어. 물속에서 눈뜨기는 식은 죽 먹기지.
이제는 큰 바위에 올라가 폭포를 향해 텀벙 뛰어들 수 있는 용기도 생겼어. 폭포에서 얕은 물까지 헤엄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지.

수영을 실컷 하고 정원이는 동글동글 납작한 돌을 찾았어. 하나, 둘
돌은 햇볕을 받아 아주 따뜻했어. 그 돌로 무얼 할까? 아이는 양손에 든 돌로 왼쪽, 오른쪽 귀에 대고 번갈아 가며 폴짝폴짝 뛰었어. 몇 번을 반복하니 귀에 들어간 물이 납작 돌에 뭍어 나오네. 정원이는 씨~익 웃음이 났어.

   
 

책가방을 챙겨들고 집으로 가는 길. 풀숲이 있는 길에 정원이가 멈췄어. 자세히 보니 양쪽으로 묶여진 풀이 보였어. 정원이는 주변을 살피다가 꼭꼭 묶어진 풀을 풀고는 쏜살같이 풀밭을 힘차게 내달려 집으로 갔지.

한해 두해가 지나고 정원이는 조금씩 큰아이가 되었어. 동생들도 점점 자라났지.
조금 큰아이가 된 정원이는 동생들을 강으로 데려갔대.


#2 정순이의 강

정순이는 육남매 중 첫째다. 정순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아빠에게 사랑을 독차지 했다.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정순이는 맏딸로 살았다.
앞뜰 뒤뜰이 넓은ㄱ자 집에 산적이 있다. 펌프가 두 개나 있고, 시멘트로 반듯하게 지은 화장실도 두 개나 되었다. 뒤뜰에 창고는 집만큼 컸다. 하얀 백구도 키웠다. 마당 한쪽 한 칸짜리 방은 세를 줬다.

   
 

정순이가 국민학교 5학년 졸업 때던가, 아버지가 큰 사기를 당했다. 정순이네는  한 칸짜리 방으로 들어갔다. 그 날이 문씨네가 홍씨네가 된 날이다.
  한 방에서 10식구가 잠을 잤다. 그때부터 엄마는 늘 조용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해 겨울 엄마는 새벽에 막내를 그 방에서 낳았다. 정순이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엄마가 드실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했다. 정순이는 아궁이에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였다.
막내 똥 기저귀 빠는 것까지 정순이가 도맡아 했다.

정순이는 학교 다녀오면 똥 기저귀를 들고 강으로 갔다.
한 겨울이고 정말 추운동네라 흐르는 강물도 추위에는 꼼짝 못했다. 물이 흐르는 모양대로 다 얼어붙었다. 다행히 빨래터 주변은 자주 사용하니까 덜 두껍게 얼었다. 빨래터에 도착하면 빨래 방망이로 얼음을 “탁탁”깨고 시작했다. 큰 똥들을 강물에 흘려보냈다. 빨래비누를 칠하고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제일 중요한건 손으로 치대는 거였다. 강물에 몇 번 흔들고 치대고 강물에 기저귀를 흔들고 치대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아무리 속장갑을 두껍게 끼고 고무장갑을 껴도 그 얼음물과 강바람 속에서는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정순이는 동상에 걸리고 말았다.
엄마는 콩 껍질 삶은 물, 시래기 삶은 물, 두부초물 등등 겨울이 되면 정순이에게 늘 손과 발을 담그도록 했다. 정순이 소똥 말고 다 담궈 봤다고 했다. 손가락이 부어서 연필을 못 잡을 정도였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양손양발을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병원을 나서면서 의사한테 “미친놈”이라 했다.
수소문 끝에 침쟁이 할아버지를 만났다.
양손에 침을 100개를 맞았다. 정순이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손에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붉은 피가 나왔다. 침쟁이 할아버지는 언 피를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걸 3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아팠다. 세 번째는 악! 악! 소리를 질러대면서 맞았다. 그리고는 동상증상이 사라졌다. 그때가 18살 즘 되었다.

여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정순이가 강에서 빨래를 했다. 물살이 세서 빨래가 떠내려갔다. 빨래 잡으러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데굴데굴 구른 적도 있었다. 옷이 다 젖고, 빨래는 넝실넝실 끝도 없이 떠내려갔다.
그렇게 떠나보낸 빨래가 꽤 되었다.

정순이는 골뱅이도 참 잘 잡았다.
가난해서 공책 살 돈이 없었을 때다. 동생들을 다 재워두고 밤에 강가로 나갔다. 골뱅이를 밤새워 잡아다가 아침에 팔아서 그 돈으로 공책을 사서 학교에 갔다. 낮에도 골뱅이를 잡으로 강으로 갔다.

   
 

친구 기숙이와 비녀소까지 올라갔을 때다. 비녀소에는 큰 바위가 있었다. 그 아래 아래에 모래 강이 있다. 모래 강은 정순이 무릎정도 깊이었다. 큰 골뱅이를 발견한 정순이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정순이의 팔과 다리가 얼어버렸다. 손이 빨려 들어갔다. 정순이는 수영을 곧 잘했지만 소용없었다. 깊은 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근처에 있던 친구 기숙이가 정순이를 잡아당겼다. 정말 큰일이 날 뻔 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정순이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새끼 죽을 뻔 했네” “이제 가지 말어라잉?” 정순이는 말이 없었다.
얼마 지나 정순이는 또 강으로 갔다. 골뱅이를 잡아서 아침에 팔고 그 돈으로 공책을 사서 학교에 가야했으니까. 정순이는 강, 들, 산에 가면 뭐든지 잘 잡고 잘 캤다. 정순이는 자라면서 별명을 하나 갖게 되었는데 문맥가이버였다. 뭐든지 만지작만지작 척척 잘 고쳤다.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정순이는 나무랑 친하다. 나무를 재단하고 다듬어서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오~랜 시간 공들이고, 그것을 즐기고 사랑하는 목공 소녀같이 산다.

   
 

<언니네 글밭>은 2017년 여러가지연구소에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하고 소통하고자 글 씨앗을 뿌린 여성주의 글쓰기 모임입니다. 작은 책으로 출판한 언니네 글밭의 글을 콩나물신문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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