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동양조장 젊은 주인 김민석씨 이야기

얼마 전에 몇몇 사람이 자신의 SNS에 부천막걸리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렸다. 600병 한정 생산하는 부천막걸리를 소개하며 알리는 내용이었다. 글과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부천에도 막걸리가 있었나?‘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보였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부천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을 찾아갔다. 취재는 한효석 조합원과 임민아 조합원이 함께 동행을 했다.

소사동양조장
부천막걸리를 만드는 곳에는 ‘소사동양조장’이란 간판이 걸렸다. 소사본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첫 갈림길에서 소사로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편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고 있다.
소사동양조장 주인은 올해 39살의 청년 양조인 김민석씨다.
소사동양조장은 작년 8월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류제조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11월에 가서야 부천막걸리를 출시했다고 하니 3개월 남짓 된다. 대부분의 기호식품이 그렇지만 술은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낮설은 부천막걸리를 들고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부천막걸리라고 호감을 가지시는 분도 있지만 생각보다 막걸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계시는 분도 많아서 잘 안받아주세요.” 그래도 쉬는 날 없이 뛰어다녀서  200여 곳의 거래처를 확보했다고 한다.

 

맛있는 술을 찾다가 꽂힌 막걸리

김민석씨는 맛있는 술을 좋아하는 미주가라고 한다. 그가 술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업무상 해외출장을 다니며 들르는 공항 면세점에서 맛있는 술을 사기 위해서라고 한다. 맛있는 술을 찾기 위해 공부하다가 ‘우리나라 술은 소주나 맥주밖에 없나?’하는 생각으로 전통주까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꽂힌 술이 막걸리라고 한다. “포도를 발효시키면 와인이 되고 그 와인을 끓여서 증류시키면 브랜디가 되고, 보리를 발효시켜 만드는 맥주도 그걸 끓여서 증류를 시키면 위스키가 돼죠. 양주의 기본이 발효주인 와인과 맥주에서 시작되듯이 우리나라의 전통주인 약주나 소주도 그 베이스는 발효주인 막걸리입니다. 전국적으로 막걸리가 800여 가지가 있는데 그렇게 많은 막걸리 종류가 있다는 점이 저에겐 매력이었어요. 하루에 한가지씩만 먹어도 800일은 먹어볼 수 있잖아요.”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기본적인 것을 알고 싶었고, 알아가면서 하나씩 맛을 보다보니 향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입에 질감도 달라요. 꺼끌꺼끌한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입안에 오래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금방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향이 바나나향이 나는 것도 있고, 과일향이 나는 것도 있고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요.”
그렇게 막걸리에 빠지면서 직접 막걸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프랜차이즈가 아닌가?

 

소사동양조장은 배상면주가에서 진행하는 지역 양조장 재생프로젝트, 일명 ‘동네방네양조장’을 모태로 한다.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 배상면주가에서 막걸리를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을 교육 받고 양조시설의 설치와 원재료 공급을 받는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와 비슷하다. 그러나 막걸리는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온도, 제성(원액을 희석시키는)과정, 물맛 등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다르다. “맛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디테일한 기술이나 추가적인 레시피 개발은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 다르죠.” 그 외 가맹비나 로얄티 등도 없다고 한다.
 
처음엔 혼자 독립적인 양조장을 하려고 알아보았다. 그런데 개인이 주류제조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울 뿐 아니라 설비의 구입과 설치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대충 계산해도 그런저런 과정을 준비하는데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막걸리가 좋아서 한다고 하지만 가족도 있는데 예측하기 힘든 사업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는 큰 부담이었죠. 그래서 시작은 동네방네 양조장 프로젝트로 하더라도 계속적인 연구로 저만의 레시피를 가미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부천으로 이사를 했어요

김민석씨의 생활기반은 원래 시흥과 안산이었다. 쌓아놓은 인맥과 익숙한 지리적 환경을 버리고 부천막걸리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다.  
“시흥과 부천, 두 곳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시흥에는 이미 지역 막걸리가 있어요. 소주와 맥주가 주류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경쟁사가 있는 곳에서 나머지 10%의 주류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해봐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사업적인 효과는 없겠죠. 그리고 인구의 수나 밀집도, 상권분석을 해봐도 부천이 낳겠다고 결정을 하고 부천으로 이사부터 했죠.”

만들어진 술은 며칠 내에 먹어야 제일 맛있나요?

막걸리를 드시는 분들이 제조일자를 확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ㅈㅅ막걸리의 유통기간이 10일인데, 그 유통기간 내에 맛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제조일로부터 하루나 이틀 정도의 막걸리를 선호한다.
“저희 부천막걸리의 유통기간은 한 달입니다. 그래서 맛의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리고 어느정도 숙성되어야 더 맛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제조일로부터 일주일정도일 때가 제일 맛있어요.”

 

하루에 600병 한정 생산하는 까닭

소사동양조장에는 막걸리를 담궈 발효시키는 통이 모두 14개가 있다. 통 하나에서 300병의 막걸리가 생산된다. 막걸리를 생산하는 과정은 준비-담금-발효-제성-병입까지 일주일이 걸린다. “월요일에 병입을 하려면 일주일 전 월요일에 술을 담금해야 해요. 그렇게 물려서 담금을 해야하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은 600병이 될 수밖에 없죠. 생산설비 자체가 600병에 최적화된 상태죠. 어느날 갑자기 주문량이 늘었다고 생산을 늘릴 순 없습니다.”

 

앞으로 계획

아직은 부천막걸리를 생산한지 얼마 안되고 계절적으로 비수기이기 때문에 하루 판매량은 200~250병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600병 한정 생산되는 물량을 모두 판매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한다. 그런데 한정 생산되는 막걸리만으로는 직원 한 두명과 함께 하기에도 사업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부가적인 수입을 위해 탁주, 약주, 청주 등 전통주류를 판매할 수 있도록 특정주류도매 면허를 함께 취득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제가 만든 술을 판매할 수 있기도 하지만 연관성을 가진 좋은 술이 있으면 지역 소비자들에게 소개 해줄 수 있는 거죠.”
      
취재를 마치고 한효석 선생님은 부천막걸리 10병을 샀다. 그리고 맛에 대해 이렇게 평가를 했다. “마셔보니 부드럽고 단 맛이 적으며, 뒤끝이 깨끗해요. 여성취향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청년 양조인 김민석씨가 소사동양조장에서 만드는 부천막걸리가 부천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찾을 수 있는 맛있는 막걸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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