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학교와 아이들이 멋지게 이별하는 자리. 졸업식.

산학교와 함께 한지 올해로 6년째가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산학교 생활에서 내가 가장 신선하고,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졸업식이었다. 산학교에 오기 전, 내 인생에는 총 다섯 번의 졸업식이 있었다. 그 다섯 번의 졸업식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좋았던 졸업식이 무엇이었냐고 누가 내게 물어본다면 글쎄... 학교 이름만 달랐을 뿐, 특별할 것 없는(게다가 졸업식에 오는 사람도 똑같은) 졸업식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하나를 뽑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아이를 함께 길러낸다.”는 공동육아의 철학을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보이는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입학과 졸업을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키워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봤기에 함께 하는 졸업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산학교의 졸업식은 어느 한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모두가 하나씩 손을 보태고, 보탠 손들과 마음들이 모여 완성된다. 누군가는 음식으로, 누군가는 축하의 메시지로, 또 누군가는 선물로, 공연으로. 단순히 자리를 빛내는 것뿐만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한다. 그래서 산학교의 졸업식은 축제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9일, 산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 동안 산학교에서 놀며, 배우며, 성장한 아이들이 산학교 배움을 정리하며 산학교 밖 세상으로의 첫 걸음을 축하하는 자리.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산학교 식구 모두가 모여 이 첫 걸음을 내딛는 6명의 아이들의 앞길을 축복하고, 응원해주었다.

늘 어리게만 봤던 아이들이 의젓하게 졸업하는 소감도 이야기하고, 멋지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1년 동안 함께 지내왔던 시간들이 스치며 지나갔다. 마지막이 늘 그렇듯 힘들었던 것은 기억나지 않고, 못해주었던 것들, 미안한 것들만 생각난다. 언제나 그렇지만, 졸업한 아이들이 어디서든,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몫을 해내고, 잘 지내리란 믿음이 있다. 나에게 보여준 아이들의 많은 강점들이 산학교 밖에서도 나눠지고, 발산되어 지길, 앞으로도 지금처럼 자기만의 색깔로 세상을 만나길 진심으로 응원하며 미안함과 아쉬움을 달랜다. 산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함께한 많은 추억들이 앞으로 아이들의 튼튼한 뿌리로, 어려움을 이겨낼 단단함으로 남아 힘이 되길 바란다.

겉모습은 시크한 듯, 무심해 보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세심한 찬이.
언제나 긍정적이고, 웃음이 매력적인 윤정이.
배려의 리더십과 뭐든지 열심히, 열정적인 세민이.
어디서나 분위기 메이커, 대화를 즐겁게 만드는 영초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다정한 웅재.
자기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끈기가 대단한 명재.
모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 :)

 

산학교를 졸업하며...
6기 졸업생 박세민
안녕하세요, 박세민 입니다.
이 자리에 서니까 9년 동안 산학교에서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요.
어제 졸업식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을 했었어요.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까지 많이 했던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고 해요.
우선 중3 친구들에게, 어찌어찌 같이 발버둥 치다 보니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을 보냈네. 서로가 가장 잘 알겠지만, 처음엔 우리 모두 너무 달랐잖아. 나도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받아드릴 수 없었어. 근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다시 보니까 내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인 것 같더라. 난 우리가 이동학습 이후로 서로 정말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당사자가 힘든 것을 말하기 전에 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서로에게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 이런 과정들이 좀 더 일찍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늦은 과정 속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아. 그리고 우리 모두 각자의 길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 할 거라고 믿어. 모두 3년 동안 고마웠어!
다음으로는 후배들에게.
12월 말 쯤에 학기말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어떤 후배가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산학교, 산중등에서 제가 배운 것이 뭐냐고, 자기는 아직 뭘 배우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누난 배운 게 뭐라고 생각하냐고 그렇게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내가 산중에서 배운 건 뭘까. 그래서 오늘 대답을 해주려고요. 제가 산학교에서 배운 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때때로는 나를 위해서 이루는 것이 아닌, 산중등의 우리를 위해서 이루려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맡은 것을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책임감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데에 있어 타인이 힘들어 할 때는 다 같이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든, 힘이 들든, 포기하지 않는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서로에게 지쳐도, 기다리는 것에 지쳐도, 자기 자신한테 지칠 때에도 포기만 하지마. 잔소리도 많이 하고, 구박도 많이 했지만, 내가 너희 선배라서 좋았지?
그리고 선생님들.
제가 참 뭘 많이 한 거 알아요. 교사실도 매일 같이 찾아가고, 질문하고, 바꾸자고 하고, 잘못됐다고 하고. 그래도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건 모두 쌤들이에요. 이것에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언젠가 쌤들한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그랬었잖아요. 지금은 아시겠죠? 많은 것을 배운 제 모습을 보시면!
마지막으로 부모님.
내가 산중등 왜 보냈냐고 말한 것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산학교 보내줘서 고맙고, 산학교와 함께 나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학교를 졸업하며...
6기 졸업생 박영초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 대한 추억을 정리해봤다. 내가 산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어떤 점이 성장 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과정이었다.
먼저 내가 산학교를 다니며 배운 것은 모든 일은 처음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수도 없이 많다. 내 앞에 안 좋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을 즉, 피해봤자 소용없고 내가 살아가며 꼭 마주해야할 일인 거다. 그래서 견디면 안 된다. 견디는 건 오래가지 못할뿐더러 다시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나는 계속 무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그 상황을 다시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나에게는 들살이가 그랬고 늘 풀리지 않았던 친구관계가 그랬다. 내가 산학교를 다닐 때, 늘 갖고 있던 불만이 있었다. 뭐든 공동체를 중요시 한다는 점이었다. 공동체를 중요시 한다는 점은 나를 힘들 게 만들었다.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활동한다는 건 좋은 것이지만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말하기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사과를 받으면 무조건 용서를 해야 할 것 같고 친구와 사이가 안 좋으면 모든 사람이 불편해 하니 억지로 화해를 하게 된다. 또, 모두에 말을 의심 없이 들어주니 뭐가 진실인지도 판단이 흐리게 된 것 같다. 산학교는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물론! 공동체에 좋은 점이 더 많다. 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점들. 그리고 같은 공동체에 있다는 소속감.
지금 산학교는 나에게 너무 따뜻하고 편안한 존재다. 그래서 인지 더더욱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가 두렵고 망설여지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나는 9년 동안 산학교에서의 추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로 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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